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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제가 할머니들을 만나보니 정의연의 사람들이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이야기를 썼더니 만나고 안만나고가 뭐가 중요하냐는 댓글을 다신 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답을 하지 않았던 것은 할머니들을 이렇다 저렇다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의연을 해체해야 한다라는 말이 이 곳 디피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제가 만난 할머니들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후보로 계시던 시절, 상대후보였던 이회창이 마침 대구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번 글에 말씀드린 것처럼 전 선거운동 전반에 관여하고 있었고 보안(?)이던 이회창의 동선을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할머니들은 이회창을 만나고 싶어 하셨고 공식적 공문을 통해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회창 쪽에서는 절대 만나지 않으려 했고 사실 동선을 알지 못하면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전 정대협 실무자들에게 동선, 특히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지점을 알려주었고 제가 먼저 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들을 만났습니다.
정대협 실무자인 여성분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할머니 대여섯분 정도가 함께 계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한 분이 저에게 다가와서는 그러시더군요.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가 돈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제"
전 사실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실무자도 놀라는 눈치더군요.
그러자 다른 할머니가 니는 돈 밖에 모르나, 우리가 돈 받을려고 지금 싸우나?
그러시면서 화를 벌컥 내시더군요.
한바탕 소란이 일었습니다.
니는 돈이 싫어서 좋겠다. 돼지 같은 게부터 시작해서 막말이 오고 갔습니다.
실무자는 당황도 할 뻔한데 할머니들을 달래더군요.
그리고 이회창이 도착했습니다.
이회창은 너무 당황했고 할머니들은 이회창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의견들, 그 의견들이 어떤 것인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쏟아내었고 얼굴이 벌개진 이회창은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으로 난감한 표정을 짓더군요.
결국 실무자의 중개로 요구서를 전달하고 10여분의 노상 면담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당연히 이회창 쪽은 자신의 정보가 어디서 새어나갔는지 문책을 했고 담당자는 혼쭐이 났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은 할머니들의 요구와 이해는 아주 다양했고 그 이해와 요구는 늘 상충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뒤로 몇 번 집회나 모임에서 비슷한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것을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할머니들께서 인권운동가로서 싸우고 계시다는 생각과는 많은 괴리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머니들을 단순히 피해자라거나 인권운동가라거나 하는 단편적인 모습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소위 위안부 합의라는 것을 닭그네가 들고 왔을 때, 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으신 할머니들이 여럿 계십니다.
그 분들을 뭐라고 할 자격은 아무도 없습니다. 또 그분들은 실제로 정의연 활동을 하지 않으신 분들이 많으시군요.
또한 실제로 정의연 활동을 하신 분들 사이에서는 많은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의 뜻을 모아 지금껏 30여년이 넘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을 해산하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리고 할머니들 주체로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씀도 덧붙이시더군요.
뭐 그럴 수 있겠지요. 저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정의연 식구(전 제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들이 아주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고 보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도 이 단체가 해산된다면 안타깝기 하지만 어쩌면 홀가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할머니들끼리 막말을 퍼부우며 싸우는 모습을 보는 제가 불편함을 느꼈는데 실무자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다른 이나, 다른 사람의 일을 두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오늘이 광주 민주항쟁이 일어난지 40년이 되는 날입니다.
똑 같은 일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공자들이 받는 혜택이 얼마다. 가짜 유공자들이 넘쳐난다. 그 돈은 다 내가 낸 세금이다.
유공자의 명단을 까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을 보니 뭔가 있다."
그야말로 개소리죠.
이미 5.18 묘역에 유공자 명단은 공개되어 있고 매년 언론은 이 날이 되면 반성 어쩌구 하면서 진상규명 운운하다가 어제는 막말을 끝내자고 끝맺더군요.
전 정의연을 옹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의연이 옳다고 믿습니다. 단 한치의 의심도 없이 말입니다.
오히려 미안하고 미안할 뿐입니다. 그들에게 힘이 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말입니다.
의혹이라고 제기되는 쓰레기들을 가져와 마치 정의롭게 던지는 님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단 한번 만이라도 다른 이의 아픔에 가슴 뜨꺼운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있습니까?
5.18의 아침에 아직도 통곡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도 더러운 웃음을 짓는 놈들의 공범이 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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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과 일치하진 않지만 매우 흥미로운 글이라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