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셀마 태풍이 지나가고 난 다음 날, 엄마와 손잡고 집 앞 바다에 나갔습니다. 바닷가 주변의 횟집들 1층은 전부 박살이 났었고, 어떤 가게는 테트라포트가 박혀있기도 했습니다. 어판장에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거려서 가봤더니, 아주 큰 돼지 한 마리가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어요. 멧돼지가 아니고 일반 돼지였습니다.
아저씨 한 분이 바다로 들어가서 돼지를 묶고 다른 사람들이 끌어 올렸는데, 많이 지쳤는지 가만히 있더군요. 이 돼지는 용왕님께서 살려주신 돼지라고 하면서 그 때부터 어판장 뒤에서 키웠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당시 제가 살고 있는 곳 주변은 돼지를 키우는 사육장이 전혀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돼지가 어디서 왔는지 신기했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