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적이 경성 백성을 대량 학살하였다. 행장(行長) 등이 평양의 패전을 분하게 여긴 데다가 우리나라 사람이 밖에 있는 명나라 군사와 몰래 통하는가 의심하여 도성 안의 백성들을 모조리 죽였다. 오직 여인들만이 죽음을 면하였으므로 남자들 중에는 혹 여자 옷으로 변장하고 죽음을 면한 자도 있었다. 공공기관의 건물이나 개인의 가옥도 거의 불태워버렸다.
선조수정실록 27권, 선조 26년 1월 1일
성중의 유민들은 백에 한둘도 남아 있지 않았는데, 생존자도 굶주리고 지친 나머지 안색이 귀신과 같았으며, 사람과 말이 즐비하게 죽어 썩는 냄새가 성 안에 가득하였으므로 사람들이 코를 막고 다녀야 했다. 성 안팎에는 백골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공사간의 집들은 하나같이 비어 있었으며 오직 불탄 기왓장들뿐이었다.
선조수정실록 27권, 선조 26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