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를 타고 집부근 정류장에서 내릴려고 버스안에서 서 있는데, 옆에 술에 취한 아가씨가
봉을 잡고 겨우 균형을 유지하고 있더군요
학생은 아닌거 같고 직장인처럼 보였습니다..
버스 기사분이 그녀에게 한마디 하더라구요..좀 있다 정차할거니 잘 잡고 있으라고..
저도 내리면서 은근 신경이 쓰였습니다.
혹시 내리다가 술기운에 발을 헛디디면 큰일나니까요..
버스 정차후 제가 먼저 내리고 저는 휴대폰으로 심카드 가입신청 하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그녀가 "하이" 하며 저를 부르더군요..
그 소리는 들었지만, 저를 부르는 소리라고는 생각지도 않고 누구와 통화를 하는구나 생각하고
계속 휴대폰을 보고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그녀가 저한테 "저기여..제가 하이라고 했으면 돌아보던지,
잠깐 서야 될거 아니냐"며 저를 힐난하는 투로 다가오네요...
다가온 그녀에게 요즘 세상이 험해서 조심하는것 뿐이다라고 얘기했죠..
그랬더니 그녀 대답이 아직 세상이 그렇게 까지는 험하지 않다라고 쿨하게 받아주네요..
같은 아파트 거주하는 아가씨로 몆동이냐고 서로 물어보고 아파트 정문에서 저는 먹을것을 사러
편의점으로 들어가면서 그녀와 헤어졌습니다..
제가 유부남이라 그녀와 뭘 어떻게 해볼 생각은 못하고, 그녀는 기분좋을 정도로 술에 취하면
아무하고나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드나봅니다..
술을 전혀 못하는 저로서는 한편으론 부럽더라구요..
술맛을 모른체 죽어야 하는 내 인생이 너무 억울하고..술맛을 알았다면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겠단 생각도 드는 저녁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