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일본영화는 로비를 못해서 오스카상을 못받는 거라고 하는데 모두 다 정신승리입니다.
오스카를 노리는 영화는 오스카 어워드 시즌이라고 각 배급사와 제작사가 홍보할 영화를 캠페인하러 미국내 굵직굵직한 지방 영화제를 돌아다니죠. 마치 Road to the Oscar 라는 여정처럼요. 근데 그건 다른 유수의 작품들과 경쟁할 영화가 예술성과, 특히 대중성을 갖춘 깜냥을 갖춘 후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지금 쟤네들이 말하는 로비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다른 할리우드의 엄청난 작품들과 경쟁할만한 깜냥을 갖춘 영화'라는 건 건너 뛰고, 부차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마치 일본영화는 우수한데 로비가 부족해서 상을 못타는 거라고 호도하는 거 밖에 안됩니다.
일본 컬럼이 예를 든 '어느 가족'은 충분히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고, 칸느 영화제에서 황종상을 받았습니다. 예술성을 갖췄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의 오스카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중성'에는 많이 못미치는죠. 어느 미친 제작사나 배급사가 딱히 대중성도 없는 영화에 큰 돈 들이며 그 길고 먼 여정에다 힘을 쏟겠습니까.
사실 '기생충'도 Neon이라는 중소 배급사가 맡았고 CJ가 지원해줘서 그 힘든 오스카로의 여정을 시도겁니다. 그냥 감독상, 작품상 같은 건 안될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시도에 의의를 두고 한거라고 봅니다. 아무래도 국제 영화상은 받을 확률이 높았으니까요.
근데 기적처럼 북미 개봉을 했는데 미국인들이 기생충을 통해 일종의 문화 충격을 받고, 여러 가지 기생충의 소재, 제시카 징글송, 메타포, 플롯, 미장센 등등 그리고 봉준호의 재치있으면서 현 미국 영화팬들에게 촌철살인을 날리는 인터뷰가 화제가 되서 마치 순풍을 단거처럼 치고 나간거죠.
즉 기생충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절묘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갖춘 훌륭한 영화이고, 북미 영화팬들이 Bong-Hive라는 엄청난 팬덤까지 만들어서 지원사격해줬고, 그 영화에 반한 아카데미의 18만 회원들이 마침 지금이 오스카가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기생충을 선택했다고 봅니다.
그 일본칼럼은 지금 일본 영화계의 돌연변이같은, 심지어 자국의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비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을 예로 들게 아니라 아카데미 12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됐다던 '날아라 사이타마'같은 영화가 현 시점의 일본 영화계의 수준임을 걱정하고,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신문기자'가 캐스팅 과정에서 여배우를 못구해 한국의 심은경을 써야하는 현실을 되짚어보는게 그나마 칼럼다웠을 겁니다.
과거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이마무라 쇼헤이 같은 재능이 있어도, 아니 그나마 지금 일본에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요시다 다이하치와 같은 훌륭한 감독들이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수 없는 환경이라는 걸 걱정해야 할 판에 로비타령이나 하고 앉았으니 참 일본은 갈길이 멀어도 너무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논외로 제가 기생충에 대한 해외 댓글들을 본것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댓글은
"영화광인 나는 근 몇년간 우리나라(할리우드) 영화를 재밌게 봤지만, 기생충을 보고나서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영화 그 자체의 재미를 느꼈고, 내가 영화광인게 너무나 자랑스러웠으며, 또 난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감정을 다시금 일깨워준 기생충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제가 볼땐 그 반만이라도 감복할만한 수준의 영화를 일본이 지금 환경에서 만들기는 매우 희박합니다. 일본 영화계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고 매스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또한 영화광이지만 약 십수년간 볼만한 일본영화가 점차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