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백제는 한강 유역을 잃으면 안 됐습니다.
한반도에서 대동강 유역을 제외하면 한강 유역과 비교할 곳이 없습니다.
백제는 위치상 너무나도 중요한 한강 유역을 잃고 도망치듯 급하게 천도하여
충남과 전라도 일대로 쪼그라들면서 도저히 옛 국력을 회복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백제는 500여 년을 한강 유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나라이니 그 충격은 대단했을 겁니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이라는 한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정복군주가 활동하던 시점에
고구려의 국력을 인정하고 적당히 숙여서 사직의 안정을 도모하고 한강 유역에 더욱더 깊게 뿌리내려서
단단한 내부결속을 이루고 인구 증가를 유도했어야 했는데 백제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놈의 고구려와의 싸움과 복수에만 몰두하다가 아신왕 때는 광개토대왕에 의해 영혼까지 털리고
백제인들은 신라와 왜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고 국토는 잿더미가 됐습니다.
실제로 아신왕 때 군사로 동원될 백성들이 너무 괴롭고 힘들어 도망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개로왕 때도 고구려의 국력을 인정하고 적당히 숙이고 있으면서 국력을 키웠어야 했는데
자꾸 중국한테 고구려 좀 때려달라고 사신 보내서 요청하고 왜국의 군사까지 빌리면서 싸움을 지속하다가
고구려한테 걸려서 수도는 불타고 개로왕은 비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근초고왕이라는 현명하고 뛰어난 군주가 나라를 이끌어 삼국 중 가장 먼저 전성기를 맞았지만
그 후로 한동안 고구려와의 전쟁과 복수에만 몰두하다가
나라 국력을 소모한 왕들만 줄줄이 나온 게 백제의 안타까운 역사네요.
그리고 신라는 왕실의 뛰어난 외교력과 그 밑에서 목숨 걸고 싸운 장수들과 적절한 운이 따르면서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당나라까지 밀어내면서 대동강 이남을 차지하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이건 뭐 백제의 어느 전성기와 비교해도 더 크고 빛나는 역사라고 볼 수 있죠.
심지어 통일신라가 하락세를 타던 시점에 장보고라는 인물이 나타나 전남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여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신라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허브 역할을 하며 막대한 부를 챙길 수 있었고
여러 기록을 참고하면 당시 신라의 선박 제조 기술이 일본과 비교하기엔 굴욕 수준이고
당나라와 비교해서도 더 뛰어나면 뛰어났지 절대 뒤지지 않을 수준이었습니다.
그러한 기술력과 청해진을 위시한 남해안 일대의 해상 루트를 통해 중흥기를 맞았지만
신라의 왕위 다툼에서 신무왕이 장보고의 군사를 빌려 왕이 되고
1년 뒤 바로 죽지만 그의 아들 문성왕이 즉위하고 약속했던 장보고의 딸과의 혼인을 추진하려 했지만
꽉 막히고 답답한 꼰대 신라 귀족들이 어떻게 저런 천한 자의 딸과 결혼할 수 있냐며 크게 반발하고
결국 장보고의 딸과 결혼한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못합니다.
이에 장보고는 크게 노하여 당장 군사를 일으키려 했던 것으로 추정하는데
신라 왕실에서 먼저 자객을 보내 장보고를 죽여버립니다.
하락세를 타던 신라라는 나라의 핏줄에 링거를 꽂아 영양제를 주입하던 것과 다름없던 청해진은
장보고 사후 결국 없어지고 해상을 통해 허브 역할을 하던 신라는 결국 크게 쪼그라들고 맙니다.
청해진이 쭉 유지가 됐다면 아마 통일신라의 역사는 더욱더 화려하고 다채로웠을지도 모릅니다.
이상 저의 개인적인 백제와 신라에 대해 아쉽고도 안타깝게 느끼는 역사였습니다.
작성일 : 20-12-0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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