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사로잡고 권세하는가
잠을 기다리며 쇼팽의 녹턴을 듣다가 이 글을 쓰는데요
저만 그런 것 같으면서도 사람은 대개 이런 면이 있는 거 같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저는 사실 생각과 느낌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요 생각은 정보를 다루는 것인데 느낌 역시 정보를 다루는 인지작용이라고 보거든요 정보의 유통 사태) 아름다운 것에 쉽게 끌리고 마침내 사로잡히죠
아름다움에 사로잡히면 그 상태는 미칠 것 같은, 거의 슬픔에 가까운, 슬픔이 넘쳐 터져버릴 것 같은, 형체가 없는 정신적 육신의 몸부림, 요동 같은
그러고는 이런 걸 생각합니다
어릴 적 여느 집이고 시골에는 생활 하수가 흐르는 작은 도랑 같은 게 있었어요 거기를 들여다보면 빨간 실지렁이들이 꿈틀대고 있었죠
그러고는
나무의 실뿌리나, 바다 속 산호 같은 군체(?)생물을 떠올립니다
나무의 잎맥, 가지와 잎들
프랙탈이죠
어떤 실지렁이가 꿈틀대고
실지렁의 몸에는 미세한 수많은 다리들이 돋아나 있고
그 무수한 다리들에는 다시 수많은 다리들이 돋아나 있고
이것이 무한
이 무한의 다리들은 그 자체로 정보집약체이면서 또한 정보 수용체
예전에 어떤 SF 꿈을 꾼 적이 있는데
지구에 비슷한 행성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과학자였어요
무슨 미나리꽝 같은 습지에 발을 디뎠는데 장화에 달라붙은 진흙이, 그 미세한 입자들이 모두 정보였어요
정보이자 생명체이자 세계였죠
이쯤에서 코피가 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