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실한 신앙심을 가졌다는 사람들의 행태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우리는 그들이 현실을 떠나 피안의 세계로 초월하는 까닭이
이기적 욕망 때문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세계 내에서는 모두 충족되지 않는 개인적 욕망을
완성하기 위해 피안의 세계를 갈망합니다. 우리는 자기보존이라는 본능적 욕구를
절대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 하늘나라에서의 영생을 바라고,
이 땅에서 겪은 불행을 보상 받기 위해 하늘나라에서의 행복을 바랍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땅 위의 적들에 대한 우리의 복수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천당 밑에 지옥을 만들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우리의 탐욕스런 환상을 현실화시켜줄 수 있는 보증인으로서
절대자 또는 전지전능한 신을 상정합니다. 그리하여 이런 종류의 신앙에 있어서
신이란 우리의 모든 이기적 욕망의 최종적 지향점인 셈입니다.
우리가 숭배하는 신은 우리 자신의 욕망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신을 숭배할 때,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숭배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우상숭배인 것입니다. ... 그런 종교는 현실의 욕망을 피안의 세계에 투사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현실을 성스럽게 하기는커녕 정반대로 모든 성스러운 것들을
현실의 논리 속에서 더럽힐 뿐 ...
김상봉 <호모 에티쿠스>에서 발췌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명문이라서 가져와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