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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26 04:14
『집만큼 위험한 곳이 없다』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014  

『집만큼 위험한 곳이 없다』

사람들은 여행을 꿈꾼다. 여행의 이유는 각각 다를 것이다. 압도적인 자연풍광을 찾아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활동을 찾아서,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을 찾아서…….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여기가 아닌곳을 찾아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공간을 경험함으로써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집만큼 위험한 곳이 없다의 저자 김동현은 얼마나 많은 공간을 경험했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단언한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 대표로 오랫동안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온 저자가 공간이 어떻게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 또 어떤 공간이 사람에게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공간이라는 것에 주목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시겠어요?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작년 2월 한 달을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로 지낸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강릉선수촌 플라자에서 근무하게 되어 숙소인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기숙사에 묵으면서 한 시간 거리의 강릉과 삼척을 오가면서 보냈습니다. 회사일로 1~2주 해외 출장을 다녀보긴 했어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한 달을 묵어본 경우는 처음이었죠. 자원봉사자로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2월 말 숙소를 나와 삼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에 올랐을 때 뭔가 기분이 묘했습니다. 점착질의 아교가 발걸음마다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 달 동안 머물면서 그곳에 내려앉은 제 안의 무언가가 제대로 수습되지 않아 짠하고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했습니다. 과거에 휴가 목적으로 동해안에 왔을 때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때는 말 그대로 나그네처럼 잠시 머물면서 행주로 밥상 한 번 훔치고 만 것처럼 다녀갔습니다.

그런데 자원봉사를 하며 한 달이라는 시간의 길이 덕분에 입체적인 생활이 가능해지면서 경험이 다양해졌다고 할까요. 즉 일도 하고, 그러면서도 비는 시간마다 그 장소에 더욱 밀착해서 요모조모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봉사를 자청해서 오신 분들과 일과를 공유하며 함께 협력하면서 새로운 관계가 맺어지고 제한적이지만 우정이 생기기도 했고요. 통역 일을 하면서 외국 선수나 임원들을 도와주면서 특별한 이야깃거리와 추억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관광이었으면 닿지 않았을 뒷골목도 가보고 허름한 포차에 앉아 생맥주도 마셔보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처럼 거의 한 시간을 걸어서 해안가도 가보고 삼척 시내를 걸어서 죽서루도 가봤습니다. 단지 관광이나 휴가라는 수평적인 목적으로 머물 때와는 다르게 자원봉사라는 생활이 개입되면서 그 공간과의 교감과 경험의 차원을 더욱 입체적이고 다면화시킨 겁니다. 그러면서 단지 그곳을 가봤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따라 그곳을 경험하는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은 지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제법 도발적입니다. 집은 보통 편안한 곳, 쉴 수 있는 곳인데 위험한 곳이라고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참 직장 생활을 할 때 휴일에 집에만 머물게 되면 소파에 눕게 되고 TV를 켜면 그 상태로 잠겨버리듯 꼼짝을 하지 않곤 했습니다. 그런 상태로 하루 종일 보내게 되면 휴식을 취했다는 느낌보다 나중에 피로감이 가중되는 느낌과 머리가 오히려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에서 표현한대로 무기력해졌습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살갑고 아기자기한 소통을 하기보다는 자칫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아이들의 행동이 거슬리면 잔소리를 하게 되고 서로 불편해지는 상황을 많이 겪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집은 오래 머물기에 적절한 곳이 아니라는 거죠. 어느 선을 넘어서면 자칫 사람들을 자폐적으로 만들거나 무력감에 빠지게 합니다. 사랑스러운 가족이지만 집에만 같이 붙어 있다고 해서 화목감이 상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갈등과 충돌의 소지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각자의 집 밖에 있는 생활 영역으로 흩어져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아침저녁으로 봐야 반갑고 사랑스러운 것이라는 거죠.

책을 보면 퀘렌시아같은 제3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3의 공간이란 어떤 것인가요?

대개는 사람들에게 집과 직장이라는 제1, 2의 공간이라는 기본적인 공간이 있게 되죠. 집은 잠을 자고 쉬기 위한 터전이 되는 공간이고 직장은 자기실현을 위해서든 가족부양을 위해서든 돈을 벌기 위한 공간입니다. 직장은 자기 소진, 자기 소모가 일어나는 공간이죠.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자기 소진의 정도가 높아집니다. 이대로만 가다가는 자기가 없어질 것 같은 자기 소멸의 위태로운 심정에 지쳐갈지 모릅니다. 이대로 방치하기보다는 자신을 추스르고 북돋을 수 있는 자기 회복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스페인어로 퀘렌시아같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투우장에서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어느 장소로 갑니다. 그곳에서 숨을 고르고 다시 힘을 모으는 거죠. 이러한 공간이 사람에게도 절실합니다. 이곳이 제3의 공간입니다. 2의 공간인 직장과 제3의 공간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개념의 공간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삶의 균형을 높여주고 제3의 공간에서의 자기 회복이 직장에서의 활력과 에너지를 되살리는 선순환, 즉 시너지를 높인다는 거죠.

더욱 중요한 것은 은퇴할 때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때가 되면 제2의 공간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평상시 제3의 공간을 여하히 갖고 있었는가와 그곳에서의 활성화 여부는 은퇴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은퇴 시에 제3의 공간이 준비가 잘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겁니다.

 

 

책에서 우주인에 대한 에피소드가 인상적입니다. 공간이 바뀌자 시야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에서 극적인 에피소드인데요. 이처럼 극적인 전환을 경험하신 적이 있을까요?

우주 경험과는 비견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첫 해외출장에서 느꼈던 충격과 감흥일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우리나라를 벗어났던 1985년도 일본이었습니다. 지금이야 해외여행이 너무 흔하지만 그때는 여행 자유화 조치 이전이었고 해외를 나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처음으로 해외를 나가는 거라서 출발 며칠 전부터 마음이 들떠 일이 잘 안 될 정도고, 비행기도 처음 타보는 거라서 이륙 직전에는 겁도 나기도 했지만 비행기가 구름 위에 떠 있을 때는 모든 것들이 신기해서 어쩔 줄 몰라 했던 흥분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일본에 가서도 모든 것들이 처음 보고 겪는 것들이니 가는 곳마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쩍 벌어졌었죠. 당시 일본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고 우리나라와의 격차는 지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컸을 시절이었으니 그 놀라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도쿄, 오사카, 시모노세키 옆에 있는 오노다 등의 지역들을 두루 다녔고 관광으로는 교토, 나라를 방문했었습니다. 물론 고속철도인 신칸센을 처음 타보기도 했죠.

일본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그들의 발전상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일본인들의 살아가는 태도와 공중질서에 움찔했습니다. 막연한 증오감으로 일본을 바라봤던 내면에서 솔직한 자기진단이 꿈틀댔고 스스로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일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에 처음 가본 유럽,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서의 경험은 저의 생각을 확장시키고 때로는 기존의 생각을 바꿔야 할 만큼 극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때론 가보지 않은 길로도 용감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본인이 자각하더라도 리스크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 또는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왔다면 이것은 나의 저변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무엇을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서는 분명해지지 않습니다.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해봐야 분명해진다는 거죠.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무거나 시도하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의 무모한 도전을 독려하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닙니다. 그동안 자신이 일을 하면서 쌓아놓은 축적물이나 지금 하는 활동과는 전혀 무관한 영역에서 아예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아무래도 소요되는 비용과 노력측면에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실패할 확률도 높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되 기존 영위하고 있는 생활 기반이나 토대와 연결되어 확장하는 방향성을 갖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연결되어 나아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전혀 의외의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거나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상황과 일이 즐거운 거예요. 다시 말해 의외의 숨겨져 있던 놀라운 자기, 즉 숨겨져 있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는 거죠.

책에 쓰인 선생님의 삶을 보면 변곡점이 다가올 때마다 과감한 선택을 하신 것 같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험도 있었으니 그런 선택을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셨나요?

그렇죠. 제 입장에선 과감한 선택이었습니다. 사실 능력이나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현실을 개선시키고 싶다는 동기 하나로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될 고초나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을 치르고 나서 좋지 않은 결과로 더욱 위기의 상황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러한 경험을 통해 마음의 근육도 생기고 사고의 확장을 통해 개인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런 과감한 선택을 통해 내면의 부실함이 여지없이 드러난 겁니다. 겉으로는 폼 잡고 무언가 있는 것처럼 젠 체 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공허했는지 처절한 자기진단의 계기를 가졌다고 할까요. 도전을 통해 경계에 서보니 자신의 흐릿했던 윤곽이 드러난 거죠. 그를 통해 자기 성찰을 하게 되고 진정한 자기 분발의 추동력이 생겼던 겁니다. 내 주변에서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나를 조급하게 하고 현혹시키는 것인지 분별력이 두터워진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살다 보니 살아내는 것도 있지만 살아지는 것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통제하며 제어하려 해도 삶에는 숱하게 많은 불확실성이 엄존하는 게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놔두고 팔이 닿는 부분에 집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일 겁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노력을 하다보면 어려움을 만나고 시련에 봉착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 와중에도 의외와 반전을 만나 언제 그랬냐는 듯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삶의 많은 부분은 살아지는 데에도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책에서 장소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상당 부분 다루지만 저는 장소와 공간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인테리어나 건축분야에서 공부를 해봤거나 그쪽 일을 해본 적도 없는 그 분야의 문외한이지요. 공간에 대해 남다른 감각이나 해석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단지 어느 계기를 만나 공간에 대해 보다 깊게 생각하게 되었고 얼마나 내가,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간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던 거죠. 마치 호흡을 하며 사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공기지만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갑니다. 장소와 공간도 마찬가지로 너무 당연한 듯 살아가지만 그 바탕의 무게는 사람들 삶의 대부분을 결정짓는다는 데까지 생각이 이른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1989년 그의 책 The Great Good Place에서 사용한 제1, 2, 3의 공간 개념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적용해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균형 잡힌 삶과 공간을 통해 더욱 더 열려진 삶을 살 수 있는지 글로 정리해서 책으로까지 내게 되었습니다. 저의 책에 장소와 공간에 대한 심오하거나 대단한 철학이나 미학은 없는지 모릅니다. 책을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번쯤 곱씹어볼 만한 통찰 내지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은 맥박이 뛰는 것처럼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으로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공간이라는 주제에서 더 나아가 그 한 걸음이라는 의미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아우르고 마치 광속의 속도를 가진 슈퍼맨처럼 살아야 할 것 같은 이 세상에서 어찌 보면 삶의 실마리는 내 코앞에서 내디딜 수 있는 한 걸음에 있겠다는 거죠. 무엇이든 그 한 걸음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삶이 그렇게 힘들기만 하지 않다는 사고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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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19-09-26 04:14
   
러키가이 19-09-26 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