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돈까스 먹다 문득 IMF 때 군생활이 생각나네요.
당시에 IMF로 인해 안그래도 빡빡한 군생활이 더 고단해짐과 함께 SES라는 세상에 저런 천사들이 있을까 싶은 요정들이 병사들에게 동시에 찾아온 시기였습니다.
강원도 양구 2사단 31연대 복무 중이었는데, IMF는 병사들 식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식자재 군납업체들이 도산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미강유(쌀겨에서 뽑아낸 기름) 납품 업체였나봅니다.
식용유가 납품이 되지않자, 식단에서 튀김메뉴가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닭튀김, 오징어 튀김, 그외 각종 생선 튀김 등이 볶음이나 탕, 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런데 돈까스 업체는 꿋꿋하게 납품을 계속 하니 취사장도 답답했을 겁니다.
한 두어번 돈까스 메뉴를 건너 뛰더만, 결국 어느날 쪄서 급식이 됐습니다.
냉동 분쇄육 돈까스를 밥하는 찜기에 쪘으니 비주얼도 정말 개밥 같았어요.
IMF는 여러가지로 영향을 미쳤는데, 온수의 제한 급수 그것도 저녁에 딸랑 1시간, 난방의 축소로 내무실 겁나 추워지고, 급식의 질 하락 및 각종 보급품 보급 갯수 축소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중 최고 하이라이트는 연말 회식으로 중대마다 살아있는 돼지 한 마리씩 나눠준 겁니다.
보통 ATT나 RCT 및 큰 규모의 실기동 훈련을 마치면, 장작불 피워서 축협에서 납품한 돼지고기 굽고 막걸리로 회식을 했었는데, 꿀꿀 소리를 내는 살아있는 돼지를 준 겁니다.
살아있는 돼지를 어떡하라는 건지, 정말 어처구니 없었는데, 중대 병력 중에 그래도 돼지 목따고 발골까지는 아니어도 해체 작업을 할 줄 아는 인원들이 있어서, 돼지 잡아 굽지는 못하고 가마솥에 삶아서 연말 회식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