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자체가 악하다는 뜻이 아니다. 악하게 발현될 잠재력을 가진 본성이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기본 사양으로 장착돼 있다는 뜻이다.'
'성범죄와 무관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을 남자들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그들은 본성을 결코 파괴적인 방식으로 발현시키지 않는다. 보복이나 법의 응징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타인과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선한 본성’을 아울러 가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악한 본성의 발현을 막을 힘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 힘이란 여성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인지력, 자신의 행동이 어디까지 용인될지를 가리는 분별력, 옳지 않은 일을 자발적으로 거부하는 자제력 등이다.'
'나는 주변 남자들이 여성을 사물화·대상화하고 ‘따먹느니, 보내버리느니, 자빠뜨리느니’ 농을 지껄일 때 속으로 불편해할지언정 제지하거나 지적한 기억이 거의 없다. 반응 없이 넘기거나 어색하게 웃고 말 뿐이었다. 더러는 맞장구도 쳐줬다.'
'더 큰 이유는 ‘선비질’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저속한 농담과 범죄적 언사를 원초적 남성성의 표출로 쳐주는 분위기에서 ‘덜된 남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상상을 공유하며 은밀히 결속을 다지는 자리에서 ‘혼자 잘난 놈’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비겁했다. 옳은 소리가 남성성 부족의 자인으로 비칠까 봐, 남자 집단에서 소외될까 봐 두려웠다. ‘갑분싸’에 이어질 경멸과 ‘넌씨눈(넌 XX 눈치도 없냐)’을 견디기 어려웠다.'
'여성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인식하는 지성, 본성의 판타지가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 힘이다. '
물론 남성들의 성문화는 윗세대로부터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에 또래들끼리 암암리에 생성되고 전파되기 때문에 이를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규제하고 교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많은 남성들이 여성을 같은 인간 이전에 성적 대상으로만 보고 어떻게든 자빠뜨려보려고 ㅈㄹ하는 모습을 보면 진심으로 저급해보입니다.
글을 처음 읽을 때에는 ㄱㄱ문화란 글자에서 거부감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읽다보니 여성을 단지 성적으로만 보는 문화에 둘러쌓인 남성사회를 좀 과격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되더군요.
이 가생이만 하더라도 여성의 특정부위 사진만을 올리며 히히덕 거리는 후방 사진들이 자주 올라오는데 이것도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대상으로 소비하는 문화의 한 가지이죠.
물론 그 사진을 찍은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성적상품화한 것이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후방짤을 돌려보며 히히덕 거리는 모습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남성사회는 이런 문화가 다분하고, 이런 사진들을 넘어서 친구들끼리 야동을 공유하고, 성매매 정보까지도 공유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저 부장판사의 글이 틀렸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이런 사람들 이해 안가는게 여자들이 남자 사진 가지고 영상 가지고 가슴이 어쩌고 젖꼭지가 어쩌고 엉덩이가 어쩌고 허벅지가 어쩌고 짐승이 어쩌고 그러는건 여성이 남성을 같은 인간으로 안보고 성적으로 보는게 아닌거고
그 반대인 남성이 그러면 그건 성적으로 보는거야?
뭐 자기가 평소에 그런 생각만 한다고 자기 고해성사 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