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2-18 11:45
정류장에 남긴 ‘전 재산 8엔’…日 여성 노숙인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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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새벽 4시쯤, 일본 도쿄(東京) 시부야(渋谷)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여성 노숙인이 숨졌습니다. 뒷머리에는 커다란 혹이 있었습니다. 사인은 외상에 의한 지주막하출혈, 뇌출혈의 일종입니다.분명히 존재하면서도 잘 보이지 않는 노숙인이란 존재. 경찰이 피해 여성의 신원을 알아내기까지 꼬박 사흘이 걸렸습니다. 64살 오오바야시 미사코(大林三佐子) 씨였습니다. 일본 경찰이 11월 16일 여성 노숙인이 숨진 현장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본 NHK 방송 화면〉22cm짜리 의자가 유일 안식처오오바야시는 올해 2월까지 파견 근로자로 슈퍼마켓 시식 판매원으로 일했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었습니다.코로나19가 닥치자 고객과 얼굴을 마주하는 시식 판매대가 사라졌습니다. 많은 비정규직, 특히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지난 7월, 일본 총무성 조사에서 여성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54만 명 감소, 남성 24만 명의 두 배가 넘었다)오오바야시가 버스 정류장을 찾기 시작한 건 실직 2달 후부터입니다. 그녀는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막차가 끊기는 새벽 2시쯤 나타나 첫차가 오는 5시쯤에는 정류장을 떠났다고 합니다. 의자 한 칸은 폭 40cm, 깊이 22cm. 쇠붙이 칸막이를 붙여놓아 몸을 누일 수조차 없습니다. 일부러 사람이 오래 머물지 못하도록 설계한 듯한 의자가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였습니다. 일본 경시청이 공개한 현장 CCTV 화면“아프게 하면 사라질 줄 알았다”현장 CCTV가 일본 방송에 나오자 나흘 만에 범인이 자수했습니다. 인근에 사는 46살 요시다 카즈토(吉田和人) 씨. 그는 경찰에서 "동네 자원봉사로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노숙인이 눈에 거슬렸다. (범행) 전날 산책 도중 '돈을 줄 테니 버스 정류장에서 나가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났다. 아프게 하면 사라질 거로 생각했다"라고 진술했습니다.사건 당일, 요시다는 버스 정류장에 웅크리고 있던 오오바야시를 또 만났습니다. 가지고 있던 비닐봉지 안 페트병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돌을 채워 넣은 뒤 뒷머리를 내리쳤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듯 왔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그의 혐의는 상해치사. 경찰서로 이송된 요시다는 80대 노모에게 "엄마, 미안해. 이렇게 될 줄 몰랐어"라고 했습니다.일본 언론을 보면 요시다는 중학교 때부터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보였습니다. 21살에 얻은 직장도 곧 그만뒀습니다. 이후 선술집을 하는 어머니를 도왔습니다. 외톨이 성향은 이웃과의 불화도 불렀습니다. 예컨대 이웃이 지붕에 TV 안테나를 새로 달면 "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세계가 나의 전부이다. 경치가 바뀌니 화가 난다"면서 트집을 잡았다고 합니다.요시다가 사는 건물 옥상에선 버스 정류장이 내려다보입니다. 요시다에게 어느 날 나타난 여성 노숙인은 자신만의 세계에 침범한, 그래서 치워버려야 할 '쓰레기'로 보였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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