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맞아 조사해보니..소(丑) 관련 지명 731곳

소의 해인 신축년(辛丑年)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서 소(丑)와 관련된 지명이 전국에 총 731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십이지 동물 중에서는 용과 말에 이어 세번째로 관련 지명이 많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7일 전국의 고시지명을 분석한 결과 소와 관련된 지명은 총 731개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소는 근면과 풍요, 희생과 의로움을 의미하는 동물로 상징된다. 여기에 농경사회에서 소를 아끼던 문화적 특징이 반영된 결과 전국에서 다양한 관련 지명이 생겨났다. 십이지 동물 중에선 용과 관련된 지명이 1261개로 가장 많고, 이어 말(744개), 소(731개), 호랑이(389개), 닭(293개) 등의 순이다.

예컨대 경남 거창군 가북면에는 맹수로부터 어린아이를 구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인간을 위해 온몸을 아끼지 않은 소의 헌신과 의리를 기리는 뜻의 ‘우혜(牛惠)’라는 마을이 있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의 고개 ‘소똥령’은 팔려가던 소들이 고개 정상에 있는 주막 앞에 똥을 많이 누어, 산이 소똥 모양이 됐다는 유래가 전해져 온다.

소의 모습을 닮아 붙여진 지명도 많다. 서울특별시 서초구에 있는 ‘우면산(牛眠山)’은 산 모양이 소가 졸고 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널리 알려진 제주도의 ‘우도’는 누운 소 모양이라는 데서 지명이 유래됐다.

전남 나주시의 마을 ‘구축(九丑)’은 아홉 마리의 소를 기르면서 마을을 발전시켰다는 전설이 유래가 돼 생겨난 지명이다. 울산광역시의 ‘우가(牛家)’마을은 소가 병에 걸리자 이곳에 집을 짓고 소들을 피난시킨 것이 지명의 유래로 알려져있다.

소와 관련된 농기구 관련 지명도 51곳이나 있다. ‘구유’는 소나 말 등의 가축들에게 먹이를 담아 주는 그릇을 의미한다. 강원도 평창군의 ‘통골’, 경남 함양군의 ‘구시골’, 경북 봉화군의 ‘구우밭’ 등이 구유와 관련된 지명이라고 국토지리정보원은 설명했다. 구유는 지역에 따라선 구시, 구이, 여물통 등으로 다르게 불리기도 했다.

수레나 쟁기를 끌기 위해 말이나 소의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인 ‘멍에’와 관련된 지명으로는 경남 밀양시의 마을 ‘멍에실’이 있다. 가마나 상여 또는 짐수레를 끌던 소를 의미하는 ‘가우(駕牛)’와 관련된 지명으로는 강진군의 섬 ‘가우도’가 있다.

글자별로 살펴보면 ‘우산(23개)’, ‘우동(9개)’, ‘우암(8개)’ 등의 순으로 소 관련 지명이 전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종류별로는 마을(566개, 77.4%)이 가장 많고, 섬(55개 7.5%), 산(53개, 7.2%)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10년 호랑이(경인년, 庚寅年)를 시작으로 매년 십이지 동물과 관련된 지명을 소개해왔다. 십이지 동물 지명 관련 조사는 신축년이 마지막이다.

사공호상 국토지리정보원장은 “십이지는 한국인의 정서에 녹아들어 여러 관념과 풍속을 만들어 냈고, 생활과 문화에 영향을 끼쳤으며, 나아가 지명에도 다양한 형태로 반영되어 내려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그간의 십이지 동물과 관련한 지명조사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책자로 발간해 내년 1월 중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