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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7-10 17:16
[푸념글] 직장인이자 애 아빠의 현재 상황.
 글쓴이 : 제주도마포
조회 : 851  

1.
적당히 월급 밀리지는 않고 잘하면 주식 상장을 노릴수 있는 가디/구디 근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운영관련 일을 하다가 하고 싶은 IT 기획자일을 쫓아 여기까지 흘러왔죠.
사수 없이 고군 분투하다가 사수까지 생기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맑은 물과 같았던 맨탈이 바닥에 가라앉은 부유물들에 의해 혼탁해지기 시작한게 이때 쯤인거 같습니다.

2.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사이 최말단으로서
남은건 맨탈 맷집뿐이다 생각하며 왔지만 쉽지 않더라구요.
야근이 많아지고 가끔은 주말에도 출근을 하고
집에서 혼자 애를 보는 와이프와 갈등은 점점 커져가고
주말에는 육아와 집안일을 종일 하고
회사에서는 막내로서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실제로 제 파트에서 일이 많이 지연이 됐습니다만 이것이 저의 게으름 때문인지 역량부족 때문인지 의지의 부족때문인지는 모르겠더군요.
(니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는게 의지의 부족이라 생각할수 있지만요)
어쨌든 휴일없는 삶에 체력과 맨탈이 너덜너덜해졌습니다.

3.
그리고 와이프의 추천으로 바쁜 와중에 새로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며칠간 시간을 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회사에서 등록비를 제공해줬지만,
혼자 거액의 등록비를 사비로 충당하여 자격증을 취득하고 같이 공부를 들었죠.
그와중에 다른 회사의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들을 만났습니다.
고생고생하며 만든 서비스가 나쁘다는 생각은 안했지만, 트렌드에 쳐지는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과연 이렇게 감정 소모를 해야 하는 것인가 많은 의문이 들더군요.
뽑아준 회사에 보답해야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싶던 일이란 생각으로..
2년여간 존버한 시간이 이직 후 더 큰 세상으로 가는 데 크게 도움이 안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4.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가고 싶던 회사.. 더 배우고 싶은 회사들을 찾아 노크를 하였습니다.
모든 구직 시장이 그렿긴 하지만 많은 서류탈락이 있었고
그 와중에 면접이 연결된 몇 회사와 면접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면접 중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 일하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지금 일하는 방식이 일하고 싶은 회사에서 통하지 않는구나.
당장 가지고 있는 역량이 지금의 회사들에게 핏하지 않구나.
대체 난 뭘했던 거지?

남아있는 마지막 면접을 보고 우울한 마음으로 집에 왔습니다.

5.
하지만 아버지의 삶은 쉽지 않더라구요.
오자마자 애가 열이 나더니 열경기를 일으키고
하루종일 간호하고
저는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체온을 체크하고 열을 식히는 와중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울할 시간마저 없는 삶이 참담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되려 생의 의지를 불태우게 만드는 아이러니함도 주더라구요.

6.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기획자의 앞길이 어둡다면 이직준비로 속도가 나지 않던 데이터 관련 공부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에자일 관련 수업도 들으며 핏을 맞춰나가고,

직종 변환을 위해, 속으로 아쉬움으로 남겨놓았던 이과생으로서의 가능성도 노려보려구요.

가정을 버릴순 없으니
야근이 일상화된 현재의 회사와의 공존 혹은 결별의 방법도 고민해보구요.

그때마다 더 나은 방향이 뭔지 고민하고,
살아지는 삶이 아닌, 의지를 가지고 삶을 살아야겠어요.

모든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분들 그리고 부모님들 모두 힘내세요.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 힘내시길..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안녕하세요.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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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도나 19-07-10 17:19
   
이 나라의 많은 가장들이 님과 같을 겁니다.

혼자가 아니니,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고진감래라고 일이 잘 풀리는 날이 옵니다.
뿔늑대 19-07-10 17:19
   
제주도에 사세유?
부럽
태양속으로 19-07-10 17:20
   
힘내요!
토닥토닥
행운7 19-07-10 17:23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hihi 19-07-10 17:24
   
원래 그래요.  아내때문에 애기들 때문에 남자들은 점점 꿈을 포기하게되고 소극적으로 변하고 변화를 두려워하게됩니다.
내가 이일을 새로 시작해 실패하면 내 가족이 당할 고통이 떠올라 쉽게 결정할수 없죠.
그런데 이때 못한게 평생 후회로 남습니다. 그때 그랬었으면 지금 내가 달라졌을까.....ㅠ..ㅠ
이건 답이 없어요. 그저 자신이 잘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리고는 한번 결정한건 열심히 해보구
잘 안돼도 마누라탓 애들탓 하지말고 ....
그냥 남자의 아니 가장의 숙명이고 길입니다.
직장인 19-07-10 17:32
   
님 글을 보니 제 과거가 생각나네요...

전공과 전혀 다른 직업을 3번이나 바꾸면서 결혼하고 딸 하나를 키우고 있어요

저도 한달에 2번은 퇴근 길에 혼자 술 마시면서 앞으로의 이런저런 근심 걱정에 머리가
쥐가 날 정도입니다...

힘내세요 아직 젊어 보이시는데.. 가족이 있으면 왠만한 힘든 일은 웃어 넘길 수 있는 강인함이
생기더군요
바야바라밀 19-07-10 17:37
   
쑤신장군 19-07-10 17:44
   
어려운길을 선택하셨군요
기획자라는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고객사, 개발자, 디자이너 사이에서 조율과 감정소모...힘들죠
지금 하시는 교육 끝나면 다음에는 PMO 교육도 한번 들어보심이...
기왕 하시는거 PM으로 넘어가는것도 좋습니다.
이후후훗 19-07-10 17:58
   
이 또한 지나가리...힘내세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