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전 하이닉스반도체 전무·극동대 석좌교수)은 "적장(敵將) 아베가 만들어 준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11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역설적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대통령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어떤 협회도 하지 못한 일,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뒤집어 선진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계기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마련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 후방업체들이 신제품을 만들고 성능을
테스트하는 과정도 어렵지만, 그것을 실제 제품에 테스트해보는 게 특히 어렵다"며 "소자업체들은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껏 일본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우리 소재·장비 업체들이 충분히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 회장은 "후방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평생동안 일했던 기술 갖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회사를 만든다. 그 생태계가 국내에 엄청나다"고 전했다. 이들은 기술력을 갖춰도 납품 기회를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수년간 납품 기회를 타진하다 도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1980년대 후반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반도체 회사가 무너졌는데도 소재업체가 경쟁력을 유지한 데에는 역설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도움이 컸다. 노 회장은 "일본 소재업체들은 대만 TSMC, 삼성, 하이닉스와 공동개발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며
"일본에서 칩메이커가 다 쓰러져서 없어졌는데도 독점적 기술을 키워 무기화할 조건을 갖추게 됐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일본 소재업체를
키워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과거 10년 주기로
장비·소재·부품 국산화 지원방안을 내놨으나 실질적인 행동은 없었다고 노 회장은 평가했다. 그는 "이번엔 10년 전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며 "전제조건은 삼성, SK하이닉스의 경영철학의 변화"라고 단언했다. 중소기업을 도와준다는 시혜적 접근은 옳지 않고,
대외변수로 인한 위험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 산업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단 조언이다.
그는 "이병철 삼성 회장이 과거
한국과 일본이 세계 반도체 개발 경쟁을 할 때 '절대 한 비행기에 연구인력을 다 태우지 말라'고 했다. 혹시나 사고시 회사의
미래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사람뿐 아니라 모든 공정과 기술도 안정화를 위해 다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중소·중견 소재·장비
업체들이 반도체 프로세스 개발에 공동으로 이용할수 있는 '종합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그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라인을 세우고
테스트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정부가 테스트베드를 만들거나 두 대기업의 연구용 팹에서 공동연구를 하도록 세제를
지원해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s://news.v.daum.net/v/20190711173507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