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news.naver.com/read.nhn?oid=353&aid=0000034677&sid1=102&mode=LSD
“한국은 누구의 친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 답할 건가. 자칫 국제적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 속에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의 한·일 무역갈등은 일본의 강제징용과 관련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서 시작됐지만, 근본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파생된 국가 간 편가르기 차원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피아식별을 위해 한국에 일종의 경고사격을 날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25일 오전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에 앞서 만난 그는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동안 ‘매우·대단히’ 등의 말을 30여 차례나 사용하며 최근 한·일 관계 악화의 심각성과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남북 문제 풀리면 다 해결? 희망에 불과
Q : 최근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A : “양국 간에 늘 문제가 있었지만 이번은 좀 더 심각하다. 발단은 한국 대법원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해소됐다는 2005년 판단을 뒤집은 데서 비롯됐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신뢰가 무너졌다. 그간 한·일 관계에 피로감이 누적된 측면도 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적 의도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일본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다. 한국 문제가 아니어도 자민당이 이길 선거였다.”
Q : 일본은 왜 한국이 안전보장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 “한국이 미쓰비시중공업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다. 전후 일본 정부는 기업이 아무리 비도덕적 행동을 해도 민간 자산을 침해한 적이 없다. 국가 신용의 기본이다. 한국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전략물자가 어디로 흘러갈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전략물자가 북한 등에 흘러갔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 다만 수출규제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의 카드를 꺼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Q : 수출규제를 앞두고 미·일 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보나.
A : “물론이다. 주요20개국(G20) 정상 회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수출관리를 희망하기 때문에 일본도 동맹국으로서 동참의 뜻을 밝혔을 것이다.”
Q : 일본이 한국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A :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번복하지 않는다면 더는 논의가 진척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5년 후에도 바뀌지 않을 약속을 희망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동남아시아과도 비슷한 문제가 걸려 있어 굽히지 않을 것이다.”
Q : 한국 기업을 규제하면 일본 기업도 피해를 입지 않나.
A : “한국은 앞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재 국산화를 할 것이고, 다른 공급처를 찾을 것이다. 일본은 희생을 치르더라도 한국에 일관성을 담보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기업 문화는 매출보다 규정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안보 이슈가 있는 국가와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다.”
Q : 일본이 추가 카드를 꺼낼 수 있나.
A :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을 것이다. 다만 앞으로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일본 국민들은 가족과 국가 단위 사이의 공공 영역이 외부로부터 침해 받는 데 굉장히 예민하다. 자발적으로 한국인 채용을 중단한다든가,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끊을 수 있다.”
Q :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 아닌가.
A : “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중국 중 양자택일을 선택받지 않기 위해 외교를 펼친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에도 끼기 어렵다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자칫 고립되거나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