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미국이 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이스라엘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2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지난 1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중국과 거리를 둬야 한다'거나 심지어 '중국과 맺은 경제 거래를 취소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해왔다.
올 1월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국과의 협력을 줄이지 않으면 '기밀정보 공유 및 안보 시설 공동 배치'를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고,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좌관도 비슷한 시기에 중국 최대 통신업체인 화웨이와 ZTE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두 명 모두 미국이 중동 정책을 펼 때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원하고 있어 이스라엘로서는 이러한 압박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스라엘이 추진 중인 2가지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가 모두 '차이나 머니'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14억달러 규모 텔아비브 통근 철도 입찰권을 따낸 것도 중국 철도터널그룹이었고, 이 외에도 중국은 이스라엘 내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손을 뻗치고 있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하이파 항구 운영권. 이 항구는 향후 3년 내에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 국제항만그룹과 SPIG가 운영할 예정인데, 하이파는 미 해군 6함대 군함들이 빈번하게 기항하는 곳으로 이스라엘 해군 기지도 근처에 있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이 중국과 하이파 항만관리 사업을 추진하는 한 이스라엘과 연합해상 훈련을 계속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터키의 러시아산 S-400 미사일 구입 사례에서 봤듯, 미국은 적과 군사기술을 공유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미국의 발언은 단순한 위협에 그치지 않는다고 CNBC는 전했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이스라엘 외교부는 최근 안보 평가보고서를 내고 "이스라엘은 미국의 상당한 지원을 잃지 않고서는 중국 인프라 투자의 결실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국 첨단기술 기업과 협력해 추진할 예정이었던 신규 중국 투자 모니터링 계획에 대한 표결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첨단기술 사업은 트럼프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미국 편에만 설 수도 없다. 국가 관계는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약 20년간 이스라엘의 제1 방어망은 미국이 아닌 프랑스였다. CNBC는 지금 당장은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특별하지만 미국은 역사적으로 한 국가와만 긴밀한 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과 이란 간 관계를 감안할 때 이스라엘이 결국 미국과 손을 잡을 것으로 CNBC는 전망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유일한 적국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구입해 이란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다, 이집트·시리아·이라크 등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테러 세력에도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작성일 : 19-08-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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