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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의 주체는 기업이다.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지고 기존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제가 성장한다. 기업은 갖고 있는 돈을 나눠 갖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 때문에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창조적 파괴'라는 처절한 경쟁이 벌어진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업은 전략을 짜고, 조직의 팀워크를 유지하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지금 정책 기조는 자본주의 성장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은 투자 없이 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환상이다. 소득을 먼저 올리면 소득이 '주도해서' 소득을 올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기업에 갖고 있는 돈 나눠줘서 성장하라고 말할 수 있나?
'공정이 혁신의 출발'이라는 슬로건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동력은 '떼돈'을 벌고 싶은 자본가들의 야심이다. '공정'하게 다 나눠 갖는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는 일을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 물론 혁신 성과는 기여한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배분되고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혁신의 출발은 욕심이지 정의감이 아니다.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업 활동에서의 '팀워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일정 시간 이상 절대 '착취'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막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자본가와 노동자는 함께 일한다. 서로 믿으며 노력해야 성과가 나온다. 일을 더 하게 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으면 된다. 그런데 정책은 자본가와 노동자를 반목하게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정신과 근로정신이 동시에 파괴되고 있다. 기업가들은 '이럴 바에야 내가 왜 기업을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당히 정리하고 현찰을 챙기든지 기업 활동하기 좋은 다른 나라를 찾아 나선다. 근로자도 적당히 일하게 된다. "회사가 어찌 되든 나는 정해진 시간만 일한다"고 생각해선 팀워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기업 활동이 파편화된다.
그 결과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부문이 민간투자다. 민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6월 마이너스로 접어든 뒤 1년 넘도록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정말 경제를 걱정한다면 민간투자를 플러스로 돌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재정 집행도 민간투자 의욕이 살아 있어야 '마중물'로서 효과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정부 보조에 기생하는 비생산적 집단만 커진다. 열심히 일하려던 사람들의 의욕은 더 떨어진다.
지금 "경제는 버려진 자식"이라는 말이 재계 리더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지경이 돼 있다. 돈을 퍼붓는 것은 '버려진 자식'을 더 타락시킬 뿐이다.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그 방향으로 정책을 대전환해야 한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