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속담에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세금 걷는 기술은 흔히 거위털 뽑기에 비유된다. 거위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털을 최대한
뽑아내는 것이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상 콜베르의 말이다.
거위털 뽑기가 요즘 한국에서 한창이다. 돈 쓸 곳은 태산인데
들어올 돈은 빤한 탓이다. 경기침체로 작년 세수가 목표에 미달했고 올해도 2%대 저성장에 세수 전망이 밝을 리 없다. 더구나 새 정부는
공약이행을 위해 기존 예산에다 연평균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을 더 확보해야 한다. 복지재원 조달이 세출조정 60%, 세수확대 40%로
충분하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없다.
월급쟁이 세금도 16.9% 증액새 정부
출범도 전에 복지공약(세출)을 줄이자니 입이 안 떨어진다. 다급해진 여당은 손쉬운 적자 국채로 때우려다 야당 태클에 막혔다. 야당은 한번
당해보라는 식으로 ‘증세 커밍아웃’부터 하라고 공세다. 국채 발행은 ‘후세대 증세’, 부가세 등 간접세 인상은 ‘서민 증세’다. 당장 ‘현 세대
증세’(세율 인상)도 쉽지 않다. 누군들 세금 내기 즐겁겠는가.
사정이 이렇기에 과세당국은 사뭇 비장하다. 세수 목표를 한껏
늘려잡고 증세 없이 세수를 늘릴 묘수찾기에 골몰해 있다. 국세청은 탈세 안 했다는 것을 납세자 스스로 입증하게 하겠다고 벼른다. 세금에 불만
있으면 나와보라는 얘기로 들린다. 세파라치 포상금 한도는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랐다. 세무사들이 대목을 만났다.
기획재정부가
짠 올해 세입예산을 보면 월급쟁이의 유리알 지갑도 쥐어짜면 나온다는 식이다. 총국세 증가율이 작년 대비 6.4%인데 근로소득세를
16.9%(3조2000억원), 종합소득세는 16.4%(1조6000억원)를 더 걷겠다고 한다. 때맞춰 국회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을 2000만원
이상으로 대폭 늘려놨고, 보험료 의료비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 종합한도(2500만원)를 신설했다. 여당의 세수 증대와 야당의 부자 증세라는
동상이몽이 찾아낸 교집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