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에는 4주 걸리는 입양에 6주씩이나 소요된다고 하면서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중국에서 건강한 아기 한 명을 입양하는 데 5년이 걸립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 지역에서 입양기관 기관장을 맡고 있는 재니스 골드워터의 말이다. 미국에서 ‘입양아 부모 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골드워터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일리노이주 애빙던에 사는 로렌다 네일러 부부는 ‘6개월 안에 아이를 안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입양 신청을 한 뒤 5년 후에야 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중국과 네팔, 베트남 입양기관을 전전한 끝이었다. 애덤 레인스 부부는 한국에 입양 신청을 한 뒤 2년 반 동안 ‘한없이’ 기다린 끝에 한국계 여아 해나(1)를 데려왔다.
최근까지 미국에서 입양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99년 1만5719명이 미국으로 입양됐으나 2000년대 중반 그 수가 2만3000명 선으로 늘어났다.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의 입양과 다민족 가정을 다룬 TV드라마의 영향, 입양 가정에 대한 세금 우대 조치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입양이 어려워진 것은 인신매매와 납치, 아동 학대에 대한 우려로 입양 대상국들이 앞다퉈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9319명의 아동이 입양되는 데 그쳤다. 골드워터는 “우리 기관은 예전에 한 해에 100건이 넘는 국제 입양을 성사시켰지만 요즘은 10건 미만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입양 요건은 국가별로 다양하다. 한국은 입양 부모가 반드시 부부여야 하며 이들의 체질량 지수가 30을 넘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아동을 입양 전 친생 부모 호적에 올리도록 한 개정 입양특례법도 규제 조치의 하나다. 중국은 동성 커플과 우울증 환자의 입양을 금지한다. 양부모의 나이에 대한 규정을 두는 국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베트남 루마니아 등은 아예 해외 입양을 금지했다.
설상가상 2위 입양국인 러시아까지 지난 1일 미국으로의 아동 입양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발효했다. 명목상 이유는 아동들이 양부모에게 학대받는다는 것이었지만 실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마그니츠키 법’(인권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살해 사건에 관련된 러시아인에 대한 제재를 규정)에 서명한 데 대한 보복이다.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는 이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 2만여명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치 때문에 아이들을 희생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러시아는 1999∼2011년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 전체의 19.2%(4만5512명)를 ‘제공’한 거대 아동수출국이어서 미국인들의 해외 아동 입양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 입양된 아동도 1만8604여명으로 중국 러시아 과테말라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