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한문혼용이라는 말은 개화기 때 한글을 쓰는 표기법이 없던 시절 등장했던 표기법들 중 하나입니다.
말이 한글과 한자를 같이 쓰는 것이지 실상은 한문에 한글 토를 다는 정도였습니다.
토만 없애면 거의 한문에 가까웠죠.
그래서 국한문혼용체라는 것도 그리 오래 쓰이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일제 시대가 왔고, 일본어가 공식어가 되면서 한자어가 난데없이 너무 많이 사용되게 됩니다.
이는 일본어를 공부해 본 분이라면 아실텐데, 일본어는 사실상 한자 없으면 쓸 수가 없습니다.
여하튼 일제 시대의 영향으로 일본식 한자어가 대거 우리 말 어휘로 들어오게 됩니다.
한자는 한 글자가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단어화 할 필요가 없는 표현도 있죠. 더불어 같은 표현이라도 서로 다른 한자를 쓸 수 있습니다.
근데 우리 말에 들어와 있는 한자어는 일본어식 표현이 대부분이죠. 지금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어휘 중 80 % 가까이가 한자어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 말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천천히라도 우리 말로 새 말을 만들어 그런 말들을 바꿔 나가야 할 것입니다.
바꾸기 위해서는 제대로 그 말이 어떤 뜻인지를 알아야겠지요.
한글 전용을 하는 덕에 한자를 볼 일은 없어졌지만 정작 쓰고 있는 말이 한자어인지 우리말인지도 가름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때문에 한자어는 괄호에 한자를 같이 표기하여 쓰는 사람이 한자어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게 하여 그런 말들을 쓰는 우리가 다른 말들로 바꿀 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말을 쓰는 사람들이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말의 순화는 대부분 전문가의 손에 넘어가고 그렇게 태어난 말이 살아 남기는 꽤나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금도 어문회 등은 순화어를 내 놓고 있지만 실제로 쓰이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말의 순화는 말을 쓰는 우리들이 해야합니다. 그 앞서 해야할 일이 한자 병기를 통한 한자어휘와 우리말 어휘의 구분일 것입니다.
결국 한자 병기는 한자를 우리 말에서 입지를 줄이고 우리 말 너비를 넓히기 위한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