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후라는 '주主'라는 뜻이고, 마즈다는 '지혜'라는 뜻이므로 아후라 마즈다는 '지혜의 주님'이라는 뜻이다. 조로아스터는 아후라 마즈다 외에 당시 사람들이 섬기던 다른 잡신은 모두 거짓 신이라고 선언하였다. 그 주위에 있던 모든 종교가 많은 신을 섬기는 다신론적 종교였음을 감안하면 이렇게 철저한 유일신관을 선포한 것은 당시로서는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세계 여러 종교는 보통 창조신을 주신 혹은 최고신으로 받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창조신은 창조를 거의 끝내거나 완전히 끝낸 다음에는 전면에서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산의 신이나, 강의 신, 바다의 신 등 아래 신을 섬기며 살아간다. 이렇게 최고신이지만 사라지고, 잊혀지고, 외면된 신을 라틴어로 '데우스 오티오수스' deus otiosus라고 한다. 힌두교 삼신 경배에서 본 것처럼, 브라흐마가 창조신이지만 그를 섬기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좋은 예이다. 조로아스터가 한 일은 이렇게 최고 신이지만 잊혀진 신을 다시 전면으로 모시고 나와 이 신만이 참된 신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세계 종교사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에서 발견되는 유일신관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후라 마즈다는 사람들에게 나타날 때 직접 나타나지 않고, 여섯가지 불사의 존재, 혹은 천사장을 통해 나타나는 데, 여섯 중 셋은 남성적이고 다른 셋은 여성적이다. 이 여섯 가지 존재는 지혜,사랑,봉사,경건,완전,불멸 등으로서, 아후라 마즈다의 여섯 가지 속성을 대표한다.
이런 여섯 천사장 외에도 아후라 마즈다의 보좌를 둘러싸고 있는 천군천사의 무리가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잘 알려진 천사 세 명은 아후라 마즈다의 율법에 순종하는 사람을 돌보는 수로천사 스로샤, 그의 누이로서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아시 반구히, 그리고 가장 힘이 세어 전사들의 이상인 미드라 mithra이다. 이드라는 나중에 로마에서 크게 유행한 미드라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조로아스터에 다르면 아후라 마즈다에서 두 영이 나왔는데 하나는 선한 영 스펜타 마인이고 다른 하나는 악령 앙그라 마이뉴이다. 악령 앙그라 마이뉴는 몇 가지 이름으로 불려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은 샤이틴 혹은 사탄이다. 그의 주위에는 악마의 무리가 있어 명령에 따라 사람을 시험하거나 괴롭히는 일을 수행한다. 조로아스터교는 세계에서 최초로 악마에 대한 계보를 체계화한 종교하고도 할 수 있다. 조로아스터교는 이른바 악의 문제에 있어서 종교사적으로 지대한 공헌을 한 셈이다.
기원전 586년 유대 왕국의 멸망으로 유대인은 바빌론 포로가 되어 바빌론으로 끌려가 살았다. 기원전 538년 고레스 왕이 일어나 바빌론을 멸망시키고 메도-페르시아 왕국을 건설했다. 히브리어 성경에 따르면 고레스 왕은 유대인을 해방시키고 유대인에게 예루살렘으로의 귀환을 허락한 '메시아'였다. 조로아스터교는 바로 고레스왕과 그 제국이 신봉하던 종교였다.
자연히 유대인은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았다. 어느 정도로 어떻게 받았을까?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기원전 586년 포로로 가기 전 유대교와 538년 포로에서 풀려난 이루 유대교에 엄청난 변화가 온 것만은 분명하다. 포로 이전에는 천사장, 사탄, 육체 부활, 심판, 낙원, 지옥, 세상 종말 등의 개념이 없었는데, 포로 이후에 쓰이거나 편찬된 문헌에는 이런 것이 등장한다. 그러다가 예수 당시에는 이런 개념이 유대교 신학의 근간을 이루에 되고, 초기 그리스도인도 이런 개념을 그대로 도입했다. 이슬람교도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를 통해 무리없이 이런 교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현재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에서 이런 것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할 정도로 조로아스터교가 이들 종교에 기여한 공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히 획기적이었다.
세계 종교 둘러보기 / 오강남 / 현암사 p.189-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