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소독점주의-기소편의주의' 시스템 속에서
기소권(더 정확히는 공소권이지만 기소권이라고 하겠습니다)을 자기 편할 대로,
윗선 눈치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살피지 않은 채 무소불위로 휘둘러 왔던 검찰을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세상에, 검찰만이 기소권을 독점한 상태에서, 그것도 검찰 맘대로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인 데다
검찰 인사가 권력 핵심부의 의중대로 이루어지는 나라에서
그 기소권이 권력을 향해 제대로 행사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건 진보 정권이건 보수 정권이건 마찬가지입니다, 될 수가 없어요!
오히려 반대파 숙청에나 이용될 따름이겠지요. 하긴 정권이 매번 바뀐다면 이것도 볼 만은 할 테지만...
정말 기소권을 중시한다면, 세월호 유가족에게 넘기지 말라고 목청을 높이는 대신에
(웃기는 게, 이것도 말이 안 됩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뭘 알아서 수사 결과까지 조작해요?
아무리 날고 기어도 털어서 증거 없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없을 리가 없죠. 그래서 반대하는 것일 테고)
차제에 기소법정주의를 전면도입하자고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수십 년 동안 유린될 대로 유린되어 온 기소권에 제자리를 찾아 주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기소요건을 법률로 규정해서 거기 해당할 경우에만, 그리고 해당할 경우에는 무조건 기소하게 한다면
지금 떠들어대는 것처럼 세월호 특별법이 어쩌네 할 이유가 애초부터 없어요!
법률에 있으면 기소하고 없으면 마는 거니까!
그런데 검찰 손에 달렸으니, 국민 다수의 법감정과 무관하게 기소 여부가 결정되더라도
(전 기소하고 말고 어느 쪽이 국민 다수의 법감정에 합치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트집잡지 마세요)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는 형국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겁니다.
기소법정주의로 가지 않는 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기소권 자체를 법률로 규정한다, 얼마나 깔끔한 얘기입니까?
이보다 더 '법과 원칙'을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도대체 뭐가 있습니까?
기소의 기준이 권력자의 자의가 아니라 법 그 자체가 된다 이겁니다!
정말 기소권이 함부로 다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그걸 함부로 다루는 검찰과 권력 편을 들지 말고
기소법정주의를 함께 외치는 게 순리일 겁니다.
이걸 정치권에 기대하면 안 됩니다.
검찰이야 자기네 권력의 원천이었던 기소권을 뺏기니까 당연히 싫어할 것이고
(소장검사들 가운데서는 찬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 그런 검사 봤습니다 - 윗선에선 말도 못 꺼내게 하겠죠)
정치권은 이거 도입하는 순간 여야 할 것 없이 피바다 되고 공멸하니 말도 못 꺼내는 겁니다.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서 덜 타락한 정치세력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세월호 논란으로 기소권이 다시 한 번 관심의 대상이 된 이 시점이야말로
바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