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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14 23:39
진화론과 진화심리학 - 별명 뭐해님의 질문에 대해
 글쓴이 : 고지호
조회 : 801  

간단하게 설명 드릴께요. 
얼핏 보느라 밑의 리플까지 다 읽진 않았습니다.

님이 질문하신 내용은 기본적으로 진화론에 대한 질문이 아닙니다. 굳이 질문의 영역을 나누자면 진화심리학의 영역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아래 답변하신 내용 중 스티븐 핑커 교수 역시 진화심리학의 영역에 서 있습니다.

우선 진화심리학은 주요학문 중에서 아직 정설로 인정된 학문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주 강력하게 주류 학문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학문입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님이 말씀 하신 것 처럼 모든 것을 환원론적인 입장에서 보고자 하는 입장이 있기 때문입니다(환원론 논쟁은 과학사에서 아주 중요한 논쟁 중 하나였습니다).

또 진화심리학의 기원이 된 사회생물학이 주로 정치학적인 이유로 비판받은 과학사의 주요 논쟁이 있습니다. 사회생물학은 단순하게 보면 우생학적인 결론을 내 비치기 때문에 진보적인 생물학자와 사회학자에게 극단적인 반대를 받았죠.

각설하고 님이 궁금해 하시는 것은 이거죠. 

진화론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개체 보전과 생식확산에 기반을 둬야 하는데 도대체 종교적인 이유,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xx하는 사람들은 뭔가? 이들은 진화론적인 가설과 틀리지 않나?

전혀 틀리지 않습니다. 자연계에 많은 생물들이 스스로의 삶을 죽음으로 내 몹니다. 혹은 이타적인 행위를 하면서 스스로의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제는 그러한 행동이 유전자의 보존과 증식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되어 각인된 경향으로 이해 됩니다. 

비유가 좀 틀리긴 하지만, 이렇게 봅시다. 사회복지 정책에 있어서 극빈 구제 정책을 실시합니다. 그 정책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극빈자들의 생계가 유지되고 그들의 자손들 역시 잘 살아 갑니다. 그런데 그 정책을 악용하는 무리들이 존재합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은 수 많은 좋은 케이스를 무시하고 그 악용하는 소수의 사례를 들고 나와 복지정책이 취지와 다르지 않냐고 주장 합니다.

위 비유는 물론 정확한 비유가 아닙니다. 그러나 좀 거칠게 이해하자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유전자에 각인된 생존, 생식 본능은 한 개체의 삶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유전자를 넓게 퍼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대의를 위해서 각 개체의 삶은 때로는 희생되는 기제가 되어 작동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왜 인간은 정치와 이념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가?
이 질문은 말씀드린 대로 진화심리학적인 질문입니다. 인간의 심리 역시 환원론적으로 진화론적인 기초를 가지고 발전한다고 보는 것이 진화심리학입니다. 인간의 마음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마음에 도달했는지 잘 설명해주는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미슨의 "마음의 역사"를 읽어 보시면 진화심리학의 기초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장 쉽게 설명드리자면 인간의 사회성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제(메카니즘)입니다. 그리고 이 사회성은 또 몇 가지 가치를 치게 되는데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에 대한 강한 배타심을 부여하게 됩니다. 이는 수십만년 동안 인간이 자신의 부족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 그리고 국외자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잔인함을 잘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적 기제가 인간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음은 틀림 없습니다. 낯선 국외자는 언제나 자신의 부족에 대한 침략, 혹은 병질을 옮길 수 있는 위험인자였으니까요.

이로 인해 인간은 타부족, 국외자들과의 전쟁과 갈등을 일상으로 받아들입니다. 또한 그러한 갈등에 나서서 전쟁을 하거나 투쟁을 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기제가 발전합니다.

여기서 또 한가지, 인간에게 명예, 혹은 인정욕구라는 것이 본능에 아로 새겨진 유전적 기제라는 것이 스티븐 핑커의 지적입니다. 스티븐 핑커의 저서를 읽어 보면 사소한 불명예에 목숨을 거는 많은 인간의 사례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지식인이거나 무식하거나, 심지어 의식이 거의 없는 노인에게 이르기 까지 다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따라서 인간은 스스로를 국외자와의 전쟁과 자신의 종교(종교 또한 자신이 속한 집단과 다른 집단을 나누는 주요표지가 됩니다)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환론적이고 생물학적인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삶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생물학적, 유전적 기제는 그저 우리의 삶의 기반일 뿐입니다. 이 기반 위에 각자의 삶의 의미를 찾고 창조하는 것은 각자의 몫 아닌가요?

마치 누군가가 니 삶은 이런 것이다..정해 줘야만 의미가 생기는 것인가요? 기독교의 신자들 처럼 넌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찬양한다면, 그건 의미있는 삶일까요? 세탁기는 세탁하기 위하여 만들어졌으니 세탁만 하면 의미 있는 것일까요?

인간은 오히려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의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창조할 수 있기에 가치 있는 거 아닐까요?

진화론이나 진화심리학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이 삶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누군가가 각자의 삶의 의미를 다 정리해서 전달해 주는 것이야 말로 삶의 의미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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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tns 15-04-15 14:18
   
좋은글 감사합니다.
"마음의 역사"라는 책 읽어 보겠습니다.

인간이 정말 위대한 것은 바로 자신들이 현재 걸려있는 이런 시스템을 알아내어 분석하고 해석하여 그곳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점 같습니다.
별명뭐해 15-04-19 14:15
   
늦었지만 잘 보았습니다. 확실성을 찾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숙명이겠죠. 저도 피할 수 없구요. 지금은 영원한 진리는 없다는 쪽으로 기울여 있는 상태입니다만, 적어도 한 사람의 짧은 생애 내에서는 유효하게 나를 지배하고 영향을 주는 물리적, 사회적 법칙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고 따라서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진화론도 그 중 하나였지요.

그것이 절대적인 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현상들을 설명해주며 개연성이 높은 실용적인 이론으로 보여집니다.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비관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아무런 목적도 없고 이유도 없이 갑자기 이 세계에 내팽겨진 인간은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적어도 내 생애에는 유효한, 나를 지배하는 최소한의 법칙은 가치관을 정하기전에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질문글을 올리면서 정말 내가 궁금해하는게 뭔지 스스로도 어리둥절 했었는데
제 의문을 잘 정리해주셨고 써주신 내용 글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