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간 다시 토론을 벌였는 데 혹, 흥미 있어 하는 회원들 위하여 요약해 봅니다.
1. 페미니즘 다양 하다면서? 그런데 너네들 왜 비판의 목소리가 없냐?
한 분 아주 진지하게 답변 해 주심. 나이 있고 이대 졸업하여 영국 유학중인 트위터리안.
아니다, 아주 여러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지금 메갈 사태를 지지한다고 메갈의 전략에 모두 동의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결속해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메갈의 사회적 해악에 비하여 이들을 배타하는 남성들의 행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보기 때문이다.
(비하발언, 몰카나 데이트폭력, 클럽 약물강/간 등 소위 "강=간문화"가 광범위한 남성문화 아니 한국문화라는게 속속 드러나는 과정에서 그걸 바라보는 관점과 사회적 책임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실에 모두 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에요.)
2. 기울어진 운동장? 일리 있다. 적어도 한국사회는 아직은 남성 우위 사회니까. 하지만 메갈이 공격하는 남성들, 특히 2-30대 남성들 역시 사회적 약자 아닌가? 흙수저를 공격해서 뭘 하자는 건가?
그건 어떤 말을 해도 변하지 않는 상황 때문 아닌가? 좌파진보라고 외친 유명한 논객이 얼마전 데이트 폭력을 휘둘렀다고 폭로되었다. 즉, 아군이라고 친구라도 믿던 인간도 그 이면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성을 지니고 있는 상황이 너무 오래 되지 않았나? 메갈보고 약자가 약자를 공격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바로 더 약자인 우리를 폭행하고 성폭행 한 것 아닌가? 그들과 연대를 어떻게 할 수 있나?
(그게 그 순서대로 정연한 게 아니고 애초부터 - 메갈 이전에 - 소위 진보 진영이 쌓은 업보가 있습니다. 적어도 작년 일만 봐도요./
작년 데이트폭력 사건은 바로 다름 아닌 진보 내에서 터진 사건 아니겠습니까. 이번 정의당 결정도 그렇고. 한 배를 탄 운명이 맞냐는 기본적 의문, 그리고 오랜 동안 같은 입장으로 믿고 넘어갔었기에 배가된 분노가 있는 거죠.)
3. 하지만 보편적인 윤리, 인권에 대한 통념을 깨는 글을 어떻게 지지 할 수 있나? 그걸 미러링이라고 봐 달라는 건 무리 아닌가?
여성의 커뮤니티 내에서 외치는 혐오 발언은 결코 사회적으로 재생산 될 수 없는 주장입니다. 반면 남성들의 여혐(넓은 의미의 여혐에는 성상품화, 성적대상화를 모두 포함)은 데이트폭력, 데이트 성폭행, 몰카, 그리고 그 몰카를 공유하는 문화, 그것을 찬성하는 수 많은 "일반남성"(몰카 올리면 원본달라고 아우성 치면서 이메일 남기는 현상), 여성들 술취하게 만들면 데리고 가서 준성폭행하고 그 후기를 올리는 행위 등은 커뮤니티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사회적으로 확산 되는 상황이다. 이 차이를 알아 달라는 거다.
(기본으로 메갈이 아무리 미러링을 해 봐야 남성혐오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생산이 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걸 이해를 못 하고 있어요/
우리는 맞아 죽는데 다른 힘이 없어서 힘자랑을 놀려 먹고 있는데 거기서 자극 했다며 진짜로 때려 죽이겠다고 씩씩거리고 있는 거죠./
그건 마치 광주시민이 무기를 탈취해서 맞 싸웠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뭐? 국가권력에 폭력으로 맞서? 일단 틀렸잖아? 라고 반응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봅니다.)
4. 남성들의 문화도 다양하다. 특히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문화권 내에서 누가 몰카를 하고, 누가 소라넷을 하며, 누가 준성폭행후기를 올리겠는가? 그런 경험 자체를 못한 남성들이 "우리 한테 왜 이래!!" 라고 말하는 건 당연 한 거 아니겠는가? 이런 행위에 어떻게 공감을 하겠는가?
어차피 공감을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조금이라도 생각해 달라는 거다. 특히 진보 좌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깊이 있게 이 현상을 바라 봐 주기를 기대 한다. 그 이상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사실 코지토님같은 분이 더 잘 사태를 바라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말이 안 통하는 아이들은 일단 의미가 없고 지표를 가진 남성이 어디에 서서 어떤 발언을 해야 옳을 시점인가를 제고해 주시라는 거죠./
이해에 understand와 sympathize가 있다면 공감하자는 게 아닙니다. 한번 비판할 대상과 아홉 번 비판할 대상 또 순서와 타이밍 등을 고려하라는 것이고 바로 거기서 이 문제를 관통해서 파악했는가가 드러난다고 봅니다.)
새벽까지 이어진 아주 긴 토론이었고 요약본은 발췌해서 축약한 내용이며 괄호 안은 원본 트위터의 답변 내용 일부를 옮긴 것입니다.
래디칼 페미진영이 아닌 분의 생각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올려 봤습니다. 일단 찬반을 떠나서 상대방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라넷, 데이트 물약, 골뱅이 성폭행, 그리고 그 사진의 공유.. 등등의 문제가 여성들에게 그토록 심각한 문제인지 솔직히 몰랐습니다. 이런 문화가 그렇게 광범위 하다? 주변에 친구나 지인들이 이러지 않으니, 공감하기 어렵더군요. 하지만 여자들 보다야 더 많은 남성들이 그런 문화를 용인하겠죠. 그건 인정합니다만...
그렇다고 그런 문화 근처에도 가지 않은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이런 언어 폭력에 시달려야 하나? 라는 문제의식이 남아요. 연대책임? 연좌제도 아니고....
래디칼 페미진영이 아닌 경우에도 남성들은 여성들의 이런 두려움? 공포감? 상처? 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아무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