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이 게시판에만 유독 연방제 얘기가 주기적으로 올라오던데
간단한 검색만으론 내용 파악이 쉽지 않아 따로 시간을 내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 있으므로 미리 3줄 요약합니다.
<3줄 요약>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는 남한의 연합제와 내용이 유사하다.
북한이 낮은 단계 연방제를 제안한 이유는 흡수통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근거없는 두려움을 버리자.
1. 연합제, 연방제란?
연합제는 유럽연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국방, 외교권을 독자 행사하는 주권국가들의 연합 형태다.
연방제는 미국을 떠올리면 된다. 중앙정부가 국방, 외교를 맡고 각 지방정부는 독자적인 자치권을 행사한다.
다만 남북의 통일안은 여기에 기존에 없던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약간의 이해가 더 필요하다.
2. 한국의 통일 방안
현재 한국의 공식 통일 방안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66892&cid=43667&categoryId=43667
1단계는 화해·협력 단계다. 상호 불신 해소가 목적이며 정치적 타협에 의해 언제든 2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2단계는 남북연합단계(연합제)다. 본격적으로 정치, 경제 등을 맞춰가는 단계로 굉장히 긴 기간으로 설정된다.
3단계는 통일국가 수립, 즉 통일을 선언하는 단계다.
보다시피 2단계 연합제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이 연합제는 엄밀히 말해 국가연합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우리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치 않기 때문에 국가연합을 의미하는 연합제는 위헌 소지가 있다.
그래서 노태우 정부는 국가연합 대신 '체제연합(남북연합)'이라는 특수한 개념을 만들어 냈다.
즉 현재의 남북을 국가가 아닌 '2체제 2정부'의 특수관계로 설정하고,
중간 단계로 '남북연합'을 거쳐, 최종적으로 '통일국가'를 건국한다는 구상이다.
goo.gl/AY65CH
대외적으론 1연합 2체제(남북연합)에서 1국가 1체제(국가창설)로 갈 것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론 2국가 2체제(국가연합)에서 1국가 1체제(남북통일)로 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3. 북한의 통일 방안
북한의 통일 방안은 공세적 연방제에서 수세적 연방제로 바뀌는 과정에 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457741&cid=46629&categoryId=46629
기존 북한의 통일 방안은 준비단계 없이 곧바로 연방제를 실시(고려민주연방공화국 건국)하고,
두 지역정부가 각각 남북을 통치하며 정치, 경제 등을 천천히 맞춰가는 선통일·후통합 방식이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서로 체제가 다르고 대치 상태인 국가끼리
국방과 외교를 합칠 도리가 없다"며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의 비현실성을 지적했고
김정일은 즉석에서 군사, 외교권까지 자치정부에 넘기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을 새로 제시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2&aid=0000001087
이렇게 되면 연방정부는 허울 뿐인 껍데기만 남게 되어 연합제가 말하는 남북연합기구와 성격이 유사해진다.
연합제와 마찬가지로 통일 전 준비기간을 두는 선통합·후통일 방식에 동의한 셈이다.
(참고로 낮은 단계 연방제는 주한미군 철수, 국보법 폐지 등의 선결 조건을 붙이지 않는다)
4. 북한이 낮은 단계 연방제를 들고 나온 이유
전문가들은 1991년 김일성이 제시한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를 낮은 단계 연방제의 시초로 본다.
이때부터 북한이 기존 연방제에서 크게 후퇴한 통일안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체제위기가 심화된 상황에서 흡수통일을 방지하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이 변화를 선택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71913
그러나 고려연방제가 체제 이념화된 북한에서 당장 연방제를 폐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연방제 명칭과 형태는 유지하되, 내용에 있어서 연합제와 유사한 방식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고려연방제는 과거 자신들의 국력이 우월하던 시절 제창한 것으로
지금처럼 국력이 역전된 상태에서는 오히려 체제에 큰 위협이 된다.
이런 점은 우파 전문가들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http://www.mediapen.com/news/view/247684
5. 정리하면,
북한의 연방제는 국방과 외교권을 '통합'하는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를 말한다. (사실상 폐기됨)
남한의 연합제는 국방과 외교권을 '분리'하는 1민족, 1연합, 2체제, 2정부를 말한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국방과 외교권을 '분리'하는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를 말한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내용이고, 실질적으론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 모두
현재의 2국가 2체제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 향후 1국가 1체제를 지향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이 6.15 공동선언 2항이 나온 배경이다.
다만 연합제가 국가가 아닌 체제의 연합을 말하는 반면
북한은 허울 뿐이나마 국가 개념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6. 연방제는 공포스러운 무언가가 아니다.
연방제는 사실상 준비없는 통일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야기할 수 있어 남북 모두에게 딱히 매력적인 방식도 아니다.
그러나 현실성과 별개로 다원주의자거나 양 체제를 모두 지양하고자 하는 진보적 관점의 소유자라면
학술적 관점이나 선언적 의미로 얼마든지 연방제를 논할 수 있다. 사상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엔 아직 연방제를 적화통일과 동의어 취급하거나 금기어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47&aid=0002079606
희한한 일이다. 현재 한국의 경제력은 북한의 40~50배에 달한다.
북한은 우리보다 인구도, 생산력도, 국방력도 절대적으로 열세여서 오히려 흡수통일을 걱정하는 처지다.
이들이 대체 무슨 수로 적화통일을 기도한단 말인가? 마치 코끼리가 생쥐한테 잡아 먹힐까 두려워하는 꼴이다.
지금의 한국에게 있어 연방제는 단순한 통일 방안의 하나일 뿐이다. 공포스러운 무언가가 아니다.
"이제 연방제라는 용어에 대한 선입견을 지워도 될 때" (정세현 전 통일부 차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9&aid=0000021973
7. "피난민 정서를 버리자" (유시민)
유시민 : 결론은 우리가 피난민정서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싫어서, 또는 미워서 남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은 물론이고 남의 주민들도 북의 무력 도발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는 것이다. 최근에 군인들이 북한과 싸우면 진다고 말하는 것도 보면서 이것은 정서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피난민이고. 억울하게 침략을 당했고 북에서 못된 짓을 하는 바람에 우리가 많이 죽었고 그것 때문에 고생을 엄청했고 저 나쁜 놈들이 또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몸은 아파트에 사는데 마음은 난민촌에 있는 것이다. 이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난민 정서를 버리고 당당하고 정통성 있는 국가, 잘사는 나라의 시민으로서 남북관계에 대한 이성적인 사고를 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대화록을 본 사람 중에는 우리가 북에 매달리고, 사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실제로 강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북은 약하니까 강한 척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체제 경쟁은 20년 전에 끝났고.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것은 남한이다. 국민들이 남북관계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남이 주도할 수밖에 없고 남이 북을 끌고 가면서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이끌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2&aid=0001996023
8. 기타 발언
노태우 전 대통령도 연방제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국가연합'이란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비슷한 말을 김대중, 노무현이 했을 때 극우들은 위헌이라며 길길이 날뛰었다.
http://news.joins.com/article/2644029
조갑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만 지켜도 연합 수준의 교류가 가능한데 뭘 자꾸 하려 드느냐"
http://chogabje.com/board/view.asp?cpage=0&C_IDX=210&C_CC=AZ
연합제는 남북한 주민들이 원하고 남북 당국이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경우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단 대통령이 된 후에는 철저하게 정부의 공식 통일안을 따랐다)
http://bnvgjhb.kpsf.or.kr/bbs/board.php?bo_table=talk&wr_id=304
다수의 전문가들도 연합제 수준의 통합은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관건은 북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보수파를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점이다.
http://repo.kinu.or.kr/bitstream/2015.oak/555/1/0000596099.pdf
문재인 대통령도 연합제, 혹은 낮은 단계 연방제에 굉장히 적극적인 자세지만
우선 "국가 연합을 경제 분야에서부터 먼저 이루자"며 단계적으로 진행할 의사를 내비쳤다.
http://www.chogabje.com/board/view.asp?C_IDX=48213&C_CC=AZ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하면 우리 생애 통일국가 수립을 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우리의 통일은 독일처럼 흡수통합이 아니라 일종의 국가연합 체제로 갈 것이다.
이 체제는 끝을 기약할 수 없이 멀리 갈 것이다." (2004년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회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