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배려…경호차량 10여대 세우고 구급차 먼저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탑승 차량과 경호 차량이 긴급 후송 중인 119 구급차를 위해 갓길로 차를 세우고 있다. 1번 사진은 경호원의 도움으로 구급차가 질주하고 있는 모습. 2~6번은 구급차를 피해 문 대통령 경호차량들이 도로 옆으로 비켜서 차를 세우고 있는 사진. 2017.05.18 (사진 = 광주 북부소방서 제공 동영상 캡쳐)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위험합니다, 비켜서세요."
18일 오전 11시20분께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이 끝난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 앞. 노란색 상의를 입은 한 남성이 다급히 소리쳤다.
민주묘지 참배를 마치고 빠져나간 문재인 대통령을 뒤따르던 경호 차량이 남성의 외침에 급히 멈춰 섰다.
순간 119 구급차가 비상등을 켜고 빠른 속도로 달렸다. 구급차 앞에는 불과 몇 초 전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민주묘지를 나선 문 대통령의 경호 차량이 보였다.
"비켜달라"는 외침과 함께 구급차는 역주행을 하며 문 대통령이 탄 차와 총기를 실은 경호 차량을 앞질렀다.
구급차 오른쪽으로 대통령이 탄 차와 경호차량, 의전차량 등 11대가 갓길로 멈춰섰다.
구급차 안에는 이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쓰러진 A(54)씨가 실려 있었다. 1980년 5월 계엄군에 연행돼 모진 고문을 받고 풀려난 A씨는 3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통을 겪고 있다.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에 1년에도 몇 번씩 아무 이유 없이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날도 그는 기념식을 마치고 나오던 순간 숨을 쉬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들은 A씨에게 산소 호흡기를 씌웠다. 하지만 그 순간 문 대통령의 의전차량들이 민주묘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다급한 사실을 알린 119 구조대는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신속하게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경호원들은 200m 넘는 거리를 달리며 구급차가 대통령 차량을 앞서 민주묘지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A씨는 현재 병원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구급대원은 "특별히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다. 구급차를 본 경호원들이 가장 먼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말로만 듣던 열린 경호를 직접 경험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경호원들이 보여준 '모세의 기적'"이라며 "국민들도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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