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주의자들의 딜레마는 대충 이런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적인 사회를 향한 신념은 확고합니다만,
그 신념이 결실을 맺는 길은 길고 험하죠.
현실과의 타협은 신념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실과의 타협' 비슷한 생각만 해도 스스로 화가 납니다.
현실과의 타협이 없이는 역시 근시일내에 뭔가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은 매우 짧은 인생을 살기 때문에
본인의 역량이상의 목표에 대해서는 오로지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이루려고 하는 거죠.
그러나 비슷하다고 해도 목표는 저마다 다르겠죠.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마라톤에 이르는 육상 경기처럼요.
그리하여 달리는 과정도 방법도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에게 자신과 신념이 다른 사람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혹시 '타협'이 아닐까 하는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틀리지 않았는데 내 길을 마뜩찮아 하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내 의지를 어느정도 희석해야 하거든요.
결국 진보진영에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신념의 대결로 이어지게 되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신념이란 딜레마가 생기는 거죠.
양보하지 않는다면 목표달성이 요원하고 양보한다면 본인의 신념이 부정당하는 결과를 가져오니까요.
이는 그 신념이 강하면 강할수록 심해지는 현상이죠.
천편일률적으로 반드시 그렇다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만, 냉정하게 생각하고 살펴보면 대체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는 세력들에게 이것은 아주 휘두르기 쉬운 무기가 되어 왔습니다.
이데올로기로 편가르기, 지역감정, 성차별, 세대차이 등등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편했었죠.
시쳇말로 그동안 꿀빨았습니다.
또한 예전만은 못하겠지만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일정부분 먹혀들어갈겁니다.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아 봐야 쓸데없는 사족일테고, 이미 그리했지만
저의 모자란 글이 우습게 느껴지실 분도 많으실텐데요.
그런고로 호소하는 바는
또 한번의 민주주의의 역사적인 과도기를 맞이할 수도 있는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양보가 절실합니다.
정치적 신념과 도덕적 신념은 필히 구분했으면 합니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윽박지르듯이 강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