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金顯哲, Kim Hyun Chul)
- 1962년생, 경북 김천
【 학 력 】
- 심인고
-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석사
- 일본 게이오대학 경영학 박사
【 경 력 】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現)
-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現)
-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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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4일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7층 논설위원실에서 ‘도시바ㆍ샤프 몰락의 교훈’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가졌던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당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70314.조문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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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된 청와대 정책실 산하 경제보좌관에 임명된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 기업·경영 분야의 권위자다. 도요타·캐논·아사히맥주·동일본여객철도·후지필름 등 일본 대표 기업에 경영 지도를 했고,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 등에 자문을 해왔다. 일본어로 ‘한국의 황제경영 vs 일본의 주군경영’이라는 책을 써 도요타에서 이 책을 대량구매할 정도로 일본식 경영 분석에 손꼽히는 전문가다.
청와대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저성장시대 생존전략을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를 해 온 학자로, 일본 등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다”고 임명 이유를 들었다. 김 보좌관이 한국보다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먼저 경험한 일본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라 한국 경제가 현재의 교착 상태를 돌파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
김 보좌관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국민성장론'의 브레인으로 꼽혀왔다. 국민성장론은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핵심 어젠다로 제시한 것이다. 저성장시대 국민과 기업이 동시에 성장할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김 보좌관은 일본 경험을 바탕으로 문재인 캠프 국민성장추진단장을 맡아 'J노믹스'로 불리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마련하고 선거공약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청암재단(포스코) 장학금으로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나고야 상대와 츠쿠바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11년 만인 2007년 귀국했다. 일본에 있을 때 일본 대기업들을 지도하고 자문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의 실상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지난해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는 그의 생각과 성향을 짐작케 해준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구절벽’이라는 게 그는 문제의식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젊은 인구가 줄면 술집이 문을 닫고, 커피숍, 노래방도 줄고, 미용실도 준다. 일본도 거리의 상점 하나하나가 비더니 나중에 통째로 사라졌다.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내수기업 중심으로 매출이 준다. 매출이 줄면 기업은 임금과 고용에 손을 댄다. 이미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개인과 기업 소득이 줄면 정부의 세입이 줄고 재정적자가 확대된다. 이 악순환이 무서운 복합불황, 곧 잃어버린 20년이다. 지난 60년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태가 곧 닥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의 인구절벽과 소비 감소가 중산층을 긴장시켜 소비가 더욱 감소하고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현상이 한국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까지의 대책들, 즉 금리 낮추고, 찔끔찔끔 구조조정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하는 대책은 성장기 대응책일 뿐이며 앞으로 닥칠 저성장 시대에는 안 통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일본이 그렇게 하다 재정만 낭비하고 20년 세월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김 보좌관은 당시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생산가능 인구를 늘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물론 인구를 단기간에 늘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급한 대로 출산휴가와 직장 내 보육시설을 늘리고, 중국조선족·새터민·다문화가정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또 정년연장법이 아닌, 노인고용할당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일본과 달리 한국에는 인구절벽을 돌파할 희망이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 히든카드로 바로 통일을 꼽았다. 그는 해당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문 닫은 것은 총체적 리더십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관료도 단견, 국회의원도 단견, 박근혜 대통령도 단견이다. 통일은 무엇보다 인구절벽을 막을 유일한 카드다. 그런데 자신의 재임 중 인구·소비절벽이 안 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개성공단을 폐쇄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문제를 북핵으로 접근하는 우를 범했다. 통일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박근혜 대통령은 10년 앞을 못 본 것이다. 통일문제를 보수나 진보, 이념으로 따지면 복잡해지는데, 이건 아주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2015년 출간한 저서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등을 통해서도 “일본의 실패를 거울 삼아 저성장 시대의 생존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이 책에서 “이런 저성장기에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보다 먼저 저성장기를 겪었던 일본에서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마케팅 방식을 고수하거나 리더의 치명적인 오판 또는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몰락했다. 소니·파나소닉·닛산 등이 실례로 지목됐다.
반면 일본식 경영이라며 자랑하던 방식을 모두 버리고, 일본 기업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계열유통망도 과감히 폐기하는 혁신을 실천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북오프·라인·유니클로·네스카페·돈키호테 등이 성공한 기업의 실례로 지목됐다.
김 보좌관은 이 책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이니까 팔리고, 세계 최고의 품질이니까 잘나가던 시대는 지났다. 저성장기를 이길 강력한 전략 없이는 성장 없는 미래를 돌파할 수 없다. 미래를 꿰뚫는 혜안을 가지고 신속하고 과감히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그는 국내 굴지 대기업에도 자주 초청받은 인기 강사였다. 2012년 삼성 사장단 초청 강연에서는 “삼성은 도요타를 벤치마킹해 세계 1등으로 컸지만 애플과는 달리 복잡한 모델을 취하고 있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현재는 공급망 관리를 잘해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이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스스로 복잡성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