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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23 12:22
'민주'와 '통일'은 왜 '새롬'과 '희망'이 되었나
 글쓴이 : veloci
조회 : 555  

'민주'와 '통일'은 왜 '새롬'과 '희망'이 되었나
입력 2017.04.23. 09:36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진돗개 선물'
사실은 치밀히 진행된 홍보 작전
'민주'와 '통일'에서 이름 바뀌어
4년간 청와대 홍보 최전선 섰다

탄핵 뒤 진돗개 두고 나온 대통령
정치에 이용만 하고 책임 안 지나
다행히 '모두'와 '해피'는 가정에 분양
새 가족 만나 행복한 나날 보낸다

[한겨레]
[토요판] 뉴스분석 왜?

유기 논란 ‘박근혜 진돗개’ 추적기

▶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한 청와대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 대통령 재임 기간 대한민국 ‘퍼스트도그’로, 청와대 일상 뉴스의 단골 소재였다. 그러나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면서 개들을 놓고 나왔다. 대통령 홍보에 이용된 개들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이들의 행방을 추적한 이야기다.

원래 진돗개의 이름은 ‘민주'와 ‘통일'이었다. 청와대로 올라가 ‘새롬'이와 ‘희망’이가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대대적으로 홍보에 동원됐던 ‘퍼스트도그’(first dog). 그러나 두 진돗개는 지금은 경기 광주의 한 종견장 한두 평 남짓한 우리에서 산다.

퍼스트도그는 대통령 가족과 함께 머무는 개로, 한 나라의 상징적인 반려동물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보’와 ‘서니’, 빌 클린턴 대통령의 ‘버디’ 등 수많은 퍼스트도그의 이야기를 낳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반려견 스코티시테리어 ‘팔라'는 워싱턴디시의 대통령기념관에 루스벨트와 함께 동상으로 남아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대통령은 개를 이용했지만, 책임지는 것엔 관심없었다. 동물원으로 보내지고, 지자체로 분양되고, 종견장으로 실려 갔다. 역대 대통령 퍼스트도그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돌이'가 사저로 함께 돌아간 거의 유일한 사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유기 논란'까지 빚어졌다. 탄핵 직후인 3월12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오면서 새롬이와 희망이 그리고 둘이 낳은 새끼 7마리를 청와대에 두고 나온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는 삼성동 사저가 진돗개 키우기에 좁지도 않은데 두고 왔다고 비판했고, 여론은 눈덩이처럼 불어 ‘퍼스트도그 유기 논란'으로 번졌다.

이달 초부터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전 새롬이와 희망이의 입양 과정 그리고 유기 논란을 부른 이들과 새끼들의 행방을 취재했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나라'라는 말 대신 ‘대통령'이라는 말을 넣어도 되지 않을까. 한 대통령의 위대성과 도덕성은 그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개를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는 ‘박근혜 권력’의 형상과 작동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원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선거운동 때 동물보호단체에 보낸 답변서에서 ‘청와대에 유기견을 입양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유기견 퍼스트도그’ 약속은 임기 첫날부터 깨졌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식 날 사저를 나오면서 주민인 삼성동의 한 부부로부터 진돗개 새끼 한 쌍을 선물받았고, 이 둘을 받아들고 청와대에 들어간 것이다.

그 뒤, 새롬이와 희망이라고 이름이 붙은 두 새끼는 쑥쑥 자라며 청와대 페이스북의 스타가 되었다. 2015년 8월 새끼 5마리를 낳았고, 탄핵 직전인 올해 1월 7마리를 세상에 내보냈다. 그러나 두 진돗개가 청와대로 들어갈 때부터 치밀하게 기획된 홍보 이벤트였다는 사실이 올해 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민주’라는 이름이 싫었는지…”

<한겨레>는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때 두 진돗개를 보낸 진도개 농장주 김기용(56)씨를 만났다. 전남 진도읍에 있는 그의 농장에는 진도개 80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진돗개를 보내달라고 했던 이는 대통령에게 진돗개를 선물한 ‘삼성동 부부’가 아니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대통령취임준비위 쪽에서) 진돗개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와서, 서울 강남의 동물병원에 한 달 정도 있다가 갔습니다. 진돗개를 잘 몰라서 그랬는지, 동물병원에서 오랜 기간 두고 본 뒤 보내야 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원래 김씨가 보낸 개는 세 마리였다. 그러나 세 마리 중 암수 한 쌍이 선택되고 한 마리는 진도로 다시 내려온 것이다. 새롬이와 희망이의 아빠(부견), 엄마(모견)는 지금도 농장 견사에서 살고 있었다. 낯선 사람이 다가오자 컹컹 짖어댔다. ‘백두’와 ‘호식’이었다.

“원래 (청와대로 보낸) 두 개의 이름은 ‘민주’와 ‘통일’이었습니다. 나는 민주, 통일이 좋은 말이어서 그렇게 붙였는데, (청와대 쪽에서는) ‘민주'라는 이름이 싫었는지….”

진도군은 진도개 새끼가 출생하면 혈통관리를 위해 부견, 모견의 혈액 유전자를 비교해 출산증명서를 발급한다. 애초 증명서상의 이름도 민주, 통일이었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김씨는 그러나 “일단 분양되고 나면 새 주인들이 이름을 많이 바꾼다”며 “많이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곧바로 퍼스트도그의 새 이름을 짓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름을 짓는 과정에 ‘국정 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씨가 연루된 사실이 올해 초 박영수 특검 수사에서 밝혀졌다. 수사팀은 정호성 청와대 전 부속비서관이 최순실에게 보낸 ‘진돗개.hwp'라는 문서 파일을 확보했고, 문서에는 ‘누리 & 보듬’, ‘행복 & 희망’, ‘새롬 & 이룸’, ‘해치 & 현무’ 등 후보가 적혀 있었다.

최종적으로 간택된 이름은 아시다시피 ‘새롬’과 ‘희망’이었다. 2013년 3월2일, 당시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나와 이렇게 말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인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담아 ‘새로운 희망'의 새롬이, 희망이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해 4월 페이스북에 “기회가 되면 새롬이, 희망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고, 그 뒤 청와대는 대통령과의 산책, 동물등록증 받는 장면 등 홍보를 본격화한다.

그러던 중 김기용씨는 다시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았다. 새롬이와 희망이가 2015년 8월 새끼 5마리를 낳았는데, 혈통증명서 발급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진도 밖으로 나간 개는 우리가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진도군에서는 진돗개를 진돗개라 부르지 않고 진도개로 부를 정도로 반입·반출을 엄격히 통제한다. 한 번 진도 밖으로 나간 개는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에 따라 진도군이 혈통증명서를 내주지 않는다. 결국 혈통증명서는 사단법인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에서 발급됐고, 5마리는 일반에 분양됐다. 진도개혈통보존협회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뒤 새롬이와 희망이가 보내진 종견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혈통협회 “청와대 개 공개 못해”

새롬이와 희망이는 평화로운 청와대 일상의 풍경을 홍보하는 단골 소재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정국을 휩쓸면서 두 퍼스트도그는 미디어에서 사라졌다. 그러던 중 탄핵 직전인 올해 1월 두 퍼스트도그는 또다시 새끼 7마리를 낳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새롬이와 희망이 등 9마리를 두고 떠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진돗개 혈통을 잘 보존하고 관리해달라고 당부를 하고 갔다”고 말했다. 이 말 때문이었는지 새롬이와 희망이는 곧바로 경기 광주 소재의 ‘진도개혈통보존협회’의 종견장으로 보내지게 된다. 7마리 새끼 중 2마리도 따라갔다.

지난 18일, 경기 광주의 종견장에서는 한 직원이 밥을 주고 있었다. 두 평 남짓의 견사 십여개가 구획되어 있었고, 개들이 거기에 한두 마리씩 들어가 있었다. 가끔 한두 마리가 나와 작은 운동장에서 뛰어놀았다. 새롬이와 희망이 그리고 두 새끼도 그 어디쯤에 있을 터였다. 그러나 협회 쪽은 ‘전직 퍼스트도그’ 가족을 보여달라는 <한겨레>의 요청을 거절했다. “다른 언론의 요청도 많이 오는데다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도개혈통보존협회는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1989년 창설됐다. 초기 협회에 관여했던 한홍율 전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개고기를 먹는 한국 문화 때문에 올림픽을 못 열 지경이었다. 한국도 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었고, 올림픽 문화예술축전 때 진돗개 퍼레이드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끝나자 정부의 관여는 줄었고 민간 중심으로 운영하게 된다. 협회는 주로 청와대 및 주요 기관에 진돗개를 분양하면서 인맥을 쌓아왔다. 김대중 정부 때 진돗개 평화와 통일이를 북한에 보냈고,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진순이를 보냈다. 황우석 박사의 개 복제 연구를 도운 곳도 협회다. 진돗개 관련 업계의 복수의 인사들은 김광림 의원(자유한국당)이 협회에 영향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광림 의원은 21일 “진돗개와 관련해선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새 가족 만난 ‘모두’와 ‘해피’

그럼, 새롬이와 희망이의 나머지 새끼들은 어떻게 됐을까? 19일 <한겨레>는 청와대에 남겨진 새끼 5마리 중 3마리가 광주의 일반 가정으로 분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진도개명견화사업단 단장인 이재일 전남대 교수(수의학)는 “3월말 청와대에서 요청이 와서 진돗개 세 마리를 광주로 데려왔다.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세 마리 모두 넓은 마당과 동물을 좋아하는 지인과 친정의 가정에 입양시켰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19일 찾아가 보니, 새로운 가족을 만난 진돗개들은 즐거워 보였다. 전직 청와대 진돗개 ‘모두’는 광주 수완동의 신일섭(61·호남대 교수)씨 집 주변 잔디밭에서 발발이 ‘심평’이와 뒹굴고 있었다. 심평이는 열살이 넘은 노령견으로, 신씨 가족은 심평이와 치코 등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는 ‘동물 사랑’ 가족이다. 신씨 가족은 “모두가 들어와서 집안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광주 일곡동의 박이복(64·중부C&C 대표)씨도 새로 들어온 식구 ‘해피’로 활기가 차 있었다. 박씨가 “해피야” 부르니, 깡충깡충 뛰면서 다가왔다. 박씨는 이틀 만에 해피가 ‘일어서’, ‘기다려’를 배웠다며 즐거워했다. 해피는 아침에 텃밭에서 뛰어놀고 오후에는 산책을 한다.

‘박근혜 진돗개’는 뿔뿔이 흩어지고 운명은 갈렸다. 케어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단체들은 “반려동물은 반려동물로서 주인과 함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종견장에 보내) 번식용 개들로 살아가게 하겠다는 발상은 나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왕수 사무국장은 협회가 천연기념물(진돗개)을 보존하기 위한 ‘비영리법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저희는 우수한 진돗개의 혈통을 보전하기 위한 단체입니다. 현재 20마리를 사육하고 있지만, 상업적 분양을 절대 하지 않아요. 그건 청와대에서 온 진돗개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이름 ‘민주’와 ‘통일’을 청와대로 올려보낸 김기용씨는 둘이 다시 진도로 돌아오길 바란다. 김씨는 “새롬이와 희망이는 원래 진도에 있어야 할 개”라고 말했다.

이재일 교수는 진돗개 전문가들이 ‘순종이냐 잡종이냐’는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명견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겁니다. 교배를 통해 좋은 혈통을 만드는 것보다 얼마나 사랑스럽게 키우느냐가 중요합니다. 바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개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최소 1만년 전 개가 다가왔을 때부터, 인간은 개를 지배해왔다. 혈통교배를 통해 경비견, 사냥견, 경주견, 군견, 마약탐지견을 만들었다. 동시에 인간은 개와 교감해왔다. 개가 고통스러워하면 함께 아파했다. 동물학대를 법으로 처벌했다. 지금도 동물학대 사건은 네이버 실시간 검색에 오르고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한 나라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다양한 사람에 의해 운영된다. 정치는 이를 길러내고 비전을 보여주어야 하지만, 사회적 합의와 공감이 없으면 실패한다. 정치적 이용만 하는 일방적 관계는 언제나 파탄으로 끝난다. 청와대 주인은 떠났고, 진돗개들은 남았다. 다행히 새 가족을 만난 개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개들도 있다.

진도 광주/글·사진 남종영 기자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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