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에는 스와스모어 칼리지의 심리학자 케네스 거겐이 지금 같으면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을 심리 실험을 또 하나 행한다. 그의 연구는 이렇게 묻고 있었다.
'절대적인 익명의 환경에 처했을 때 사람들은 과연 무슨 행동을 할 것인가?'
거겐은 실험에서 젊은 남자 다섯과 젊은 여자 다섯을 모은 다음, 그들을 한 사람씩 작은 방에 들어가게 했다. 이들은 모두 생면부지였고, 방에 들어가기 전에도 서로 격리되었다. 이들은 일단 방에 들어간 뒤에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실험이 끝난 뒤에는 한 사람씩 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 실험을 무엇보다 흥미진진하게 만든 비밀은 바로 방에 있었다. 피험자들이 들어간 방은 칠흑같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볼 수 없었고 알 수도 없었으며, 실험이 끝난 뒤에도 서로의 신원을 알려고 해서는 안 되었다. 다시 말해, 완전한 익명성 그 자체를 경험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익명성 속에서 만난 이 낯선 이들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