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당원으로 활동하다가, 통진당이 해산된 이후, 정치라고 하면 치를 떨던 형님이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자기가 진보운동을 할 당시에는 페미니즘은 진보세력의 구석에 겨우 발 붙이고 있던 영향력은 쥐뿔도 없던 단체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2000년이 되면서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학생 운동권과 그 운동권 출신들의 힘을 등에 엎고 대통령까지 되었지만, 정작 자신이 권력을 얻자, 운동권이 눈엣가시로 비춰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학과제를 학부제로 통폐합시켜 버렸다네요. 운동권의 가장 말단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학과학생회를 와해시키고, 학생들간의 유대를 희석시키기 위해...
제가 딱 그 학부제만 겪은 세대여서 그런지 전 운동권이란 사람들을 거의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단지, 좀 과격한 선배들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한 형의 말을 듣고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진짜... 그런 내용들이 검색이 되더군요.
제가 볼 땐 IMF 사태가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대학생들이 개인주의화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정치권의 공작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속 듣다보니 일리도 있다 싶었습니다.
요는 IMF건 학부제건, 원인이 어찌되었건 간에 이 시기부터 학생운동권은 소멸했습니다. 정치권의 인력 공급처가 끊겨버린 겁니다. 진보세력은 물론이고, 김문수의 예에서 보듯이 수구꼴통당도 공급줄이 고사해버린 겁니다. 그나마 수구꼴통들은 돈냄세 맡고 오는 똥파리들이라도 있었지만, 진보쪽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태였겠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보세력 중에 꿋꿋하게 살아서 세를 넓히는 단체가 있었습니다. 바로 여성운동단체들이었습니다.
게다가 때마침 김대중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의 간곡한 요청을 이기지 못하고 여성부를 만들어버립니다.
이 두 가지 사건이 콜라보 되면서 여성단체의 힘이 갑자기 강력해졌다고 합니다. 이 일 때문에 저에게 이 이야기를 해준 선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엄청 싫어합니다. 아니, 증오합니다. 심지어 그 형이 사는 곳이 전라도인데도 말이죠.
그리고 통진당이 해산되었습니다. 그 형은 그 이후로 정치에 관심을 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에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XX야 강남역에 저거 도대체 무슨 일이냐?"
강남역 사태 이전부터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졌던 저는 아주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해줬습니다.
"꼴페미년들이 ㅈㄹ하는 거에요."
그 이야기를 들은 형이 한마디 하더군요.
"찌질한 ㄴ들이 많이 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