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자로가 다큐멘터리 세월X를 통해 세월호 침몰의 원인으로 외력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가 외력에 의해 침몰했다면 현재까지 제기된 침몰 원인은 폐기처분되고 재규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진도VTS 관제 영상에 찍힌 주황색 물체에 대한 검증 작업이 필수적이어서 관제 영상의 재분석 필요성이 제기되고 동시에 주황색 물체의 이동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군측 레이더 영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 자로의 다큐멘터리는 공개한지 이틀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소문을 타고 확산 중이다. 조회수는 300만 건을 넘어섰다.
자로의 다큐멘터리는 기존 가설을 반박하면서 재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할 많은 근거를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계기에 잡혀 잠수함 모형으로 보였던 영상은 카메라가 줌인 상태에서 세월호라는 것을 보여주고, 수면 위의 잠수함이라고 했던 물체를 여러 각도의 영상에서 봤더니 잠수함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식이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잠수함과의 충돌일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이 기존에는 단순한 음모론에 그쳤다면 자로는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다만, 잠수함 충돌이 있었다면 군에서 은폐하기가 어렵고 외국 국적의 잠수함이라고 한다면 더욱 사실을 감추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군이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숨겼다면 어떤 반대급부를 노리고 은폐했는지 석연치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 자로가 26일 오전 공개한 세월X의 구성은 모두 20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는데, 세월호 침몰 원인을 외력으로 제시한 내용은 1시간 2분부터 시작된다.
우선 자로는 세월호 침몰 시점인 2014년 4월 16일 아침 8시 49분 생존자들의 증언에 주목했다.
양태환 단원고 학생은 벽이 부서질 정도로 충격이 있었다고 했다. 방에 누워있던 학생들이 '날아갈' 정도의 강한 충격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세월호 조타수 조준기는 검찰 조사에서 "날개 부분(스태빌라이저)에 뭔가 약간의 충격을 받은 느낌이 있었다.
스태빌라이저 한쪽으로 약간의 충격을 받은 느낌이 있어서 검찰에 진술할 때도 그 말을 했다"고 말했다.
여객부 선원 강혜성도 배가 기울기 전 둔탁한 충격이 있었다면서 몸으로 느낄 정도로 상당히 큰 충격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이 같은 증언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배가 기운 이후 컨테이너 등 화물이 쏟아지면서 발생한 충격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조기수 박성용은 배가 무언인가 충돌해서 물이 들어온 것 같다고 진술했고, 세월호 삼등기관사 이수진도 묵직하게 쿵 하는 소리가 들렸고 냉장고가 날아갈 정도였다고 진술하는 등 세월호가 외부의 충격에 따라 침몰했을 수 있다는 내부 증언들이 이어졌다.
기관부에 근무했던 세월호 직원들의 증언이 중요한 이유는 대형 선박 기관실의 경우 엔진 소리가 크기 때문에 배에 충격이 있었다고 해도 인지하기 어려운데, 이들이 충격을 인지했을 정도라면 강한 충돌이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로는 진도 VTS 관제 영상에 주목했다. 세월호가 우변침 후 침몰하는 행적을 그린 영상에 나타난 주황색 물체를 분석한 것.
최초 주황색 물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건 지난 2014년 6월 25일 JTBC 보도다. 당시에도 영상에 잡힌 주황색 물체가 세월호에서 쏟아진 컨테이너 박스라고 하기엔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VTS 납품업체 대표인 이상길 GCSC 대표는 레이더가 각각의 물체를 분리해 인지하는 능력을 분해능이라고 하는데 우르르 한 곳에 떨어졌다면 큰 덩어리로 감지해 주황색 물체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로는 주황색 물체의 움직임이 부유하는 컨테이너 박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립해양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당시 해당 지점의 조류속도는 최대 1.9노트였다.
주황색 물체가 컨테이너라고 한다면 AIS상 북쪽으로 표류할 때 속도가 1.9노트 이하여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세월호가 정북 방향인 12시 방향으로 표류할 때 속도는 조류보다 빠른 3.7노트로 나왔다. 세월호와 주황색 물체가 멀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가까워졌다는 건 주황색 물체가 조류보다 빠른 2노트 이상이었다는 걸 의미한다.
주황색 물체가 관제 영상에서 나타나는 위치도 이상하다. 주황색 물체가 컨테이너라고 한다면 변침이 급격히 이뤄지는 시점에 쏟아져 관제 영상에 잡히는 게정상이지만 세월호가 선회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주황색 물체가 영상에 잡혔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침몰 당시 초당 2.6도가 돌아갔다. 관제 영상으로 보면 가장 급격한 회전을 한 위치를 컨테이너 추락 위치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주황색 물체는 회전이 급격히 이뤄지기 전에 나타났다. 물리적으로 보면 컨테이너가 떨어질 수 없는 위치에서 주황색 물체가 나타난 것이다.
세월호에서 쏟아진 컨테이너는 침몰 지점에서 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유실돼 발견되기도 했다. 관제 영상에서 주황색 물체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도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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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는 3미터 크기이고 이를 레이더 반사면적으로 환산하면 1제곱미터에 해당한다. 그런데 관제영상에서 주황색 물체의 면적은 세월호의 6분의 1 크기로 잡혔고 레이더 반사면적으로는 1000제곱미터에 해당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컨테이너 하나의 1000배에 가까운 수치다. 주황색 물체가 컨테이너라면 세월호에서 쏟아진 컨테이너는 1000개여야지만 관제 영상에 잡힌 면적이 설명된다.
자로는 "나는 세월호 사고 원인을 잠수함 충돌로 단정하는 게 절대 아니야"라면서도 외력에 의한 충돌 가능성이 큰 만큼 조사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로가 영상을 공개한 이후 한 블로그의 글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양대학교 전자통신전파공학 박사를 수료한 박상준씨는 지난 2014년 6월 25일 JTBC에서 단독으로 세월호 침몰 당시 진도 VTS 관제 영상을 공개되자 사흘 후인 6월 28일 "세월호의 레이더 영상! 주황색 물체는 잠수함인가! 컨테이너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씨는 "잔한 해류에서 떨어진 화물들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레이더에 여러 개의 점으로 나타난다. 하물며, 급변침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바로, 힘이 엄청나게 가해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급변침, 즉 급회전하면서 가해지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화물이 떨어진다는 것은, 장난감 총을 어린이가 빙빙 몸을 돌려가면서 쏘아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게 떨어진 화물이 과연 100여미터의 크기로 레이더에 돌연 포착되면서, 모조리 더덕더덕, 30여 미터를 넘지 않고 떨어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자로의 주장처럼 세월호에서 떨어진 화물이 뭉텅이로 있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박씨는 "각 가속도에 따라 서로 조금씩 다른 각도로 조금씩 다른 힘으로 조금씩 다른 질량을 가지고 떨어진 화물(컨테이너)가 순식간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리저리 흩어질 것이다.
즉, 급변침하는 과정에서 떨어지는 화물(컨테이너)은 당연히 30미터 분해능을 가진 레이더에 여러 개로 포착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운이 좋아 화물들이 레이더의 분해능 범위인 30미터 간격을 넘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서 순간적으로 떨어졌다해도, 단일물체가 아닌 여러개의 물체가 서로 다른 질량을 가지고 서로 다른 마찰력으로 서로 다른 속도로 시시각각 변하는 조류를 타고 이동하면, 순식간에 모양이 변한다.
따라서, JTBC에서 제공된 성능 좋은 30미터 분해능을 지닌 레이더 영상을 보면, 모양이 전혀 변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이것은 여러개로 된 화물 컨테이너일 수가 없다.
즉, 세월호가 급변침할 때, 레이더에 돌연히 나타난 100여미터 크기로 추정되는 주황색 물체는 컨테이너가 아니라, 잠수함이라고 밖에는 단정내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자로의 다큐멘터리는 세월호 침몰 진상 조사에 붙을 붙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 지원이 끊겨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인양을 통한 침몰 원인 진상규명 여론도 시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자로의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면서 주황색 물체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부터 시작해 선체 인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권영빈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27일 통화에서 "침몰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민간부문에서 조사를 한 것이 주목을 받는 것 같다"면서 "논의가 있는 것 자체가 긍정적으로 본다. 강력한 특조위가 필요하다는 자로에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해군3함대 레이저 자료를 본 적도 있고 레이더 항적 일부 자료를 공개한 것도 있다"면서 "침몰 원인과 진상규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기여했다고 보지만 어떤 입장을 내놓는다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로는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잠수함으로 결론내릴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제시했다.
모든 흔적이 잠수함에 의한 충돌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자로의 주장이다. 그의 주장에 반박하려면 관제 영상에 잡힌 주황색 물체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침몰 지점에서 잠수함 운행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자로의 주장을 정면 반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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