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3-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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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日 입국제한, 심하게 꼬여버린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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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인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을 우리 외교부는 '입국거부'로 규정했다. 그리고 모든 가능한 상응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무슨 조치를 해도, 또 안 해도 우리 정부 실수를 자인하게 되는 외통수에 걸린 느낌이다. 스텝이 제대로 엉켰다.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 정부에 원죄처럼 따라붙는 질문이 '왜 중국인 입국금지를 취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여태껏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전까지는 그나마 일본이 있어 부담이 덜했다. 대놓고 말은 안해도 '일본도 중국인 입국금지 안하고 있다. 우리만 했다가 피박 쓸 일 있느냐'는 무언의 항변이 가능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쪽에서도 한중일 3국의 미묘한 삼각관계 앞에선 주춤거릴수 밖에 없었다. '일본도 안한다는데···'
일본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저한 것은 도쿄 올림픽이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큰 손님이고 시진핑 방일이 분위기 조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너무 커져버렸다. 올림픽 이전에 정권 안위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래서 시진핑 방일 연기 결정과 거의 동시에 중국인에 대해 한국인과 똑같은 입국제한 조치를 결정했다. 정황상 두 나라간에 상호 양해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로서는 큰 핑계거리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 어제까지는 '일본도 안 하는데'가 숨을 구멍이었다면 지금은 '일본도 하는데'가 막다른 골목처럼 턱 가로막고 섰다.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다시 커질 것이고 정부의 변명은 더욱 옹색하게 들릴 것이다. 정부가 일본을 따라서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제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여야 4당 대표와 회동에서 "사태 초기라면 몰라도···"하고 거부했다. 더이상 입국금지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 말을 주워담고 "우리가 실수했다"고 자인할 정부가 아니다. 그동안 먹은 욕이 아까워서라도 그렇게는 못한다. 그러나 "일본은 바보라서 뒤늦게 입국제한 나섰느냐"는 공격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정부가 취할수 있는 가장 손쉬운 대응은 반일정서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감정적인 대응에 나섰다. 일본 공사를 불러 설명을 요구한데 이어 오늘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한다고 한다. 그런데 썩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이 중국은 지방정부 주도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격리조치를 실시한지 한참 됐다. 산둥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광둥성, 푸젠성, 상하이시, 장쑤성, 저장성, 톈진시, 충칭시, 산시성, 쓰촨성 등 무척 많다. 외교부는 "중앙정부 조치가 아니다"며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하지도 항의하지도 않았다. 강경화 외무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에서 과도한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외교부가 밝혔을 뿐이다. 왜 한국 외교부는 중국에는 당하면서도 공손, 일본에는 전후사정 불문하고 성부터 내는 행동 패턴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정부는 일본을 상대로 동일한 입국거부 조치를 취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중국은 빼고 일본만? 지금 코로나 감염환자가 중국에 많은지, 일본에 많은지 초등학생에게 물어보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 중국을 뺀 일본만 상대로 한 입국거부는 방역이 아니라 외교보복이 된다. 일본은 방역을 위해 중국과 한국에 대해 입국거부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한다. 저들은 과학을 앞세우고 우리는 감정을 앞세운다.
입국거부를 하려면 중국과 일본에 대해 같이 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상식이고 과학이다.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든가. 그런데 상식을 따르자니 반일 정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왜 일본한테 쥐어터지고 가만 있느냐"는 힐난을 견디기가 어렵다. 중국을 배려하면서 일본에만 성내자니 명분이 없고, 일본에 보복하자니 중국을 같이 건드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 물론 중국은 빼고 일본만 입국거부하는 방법을 쓰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비상식, 비과학, 비외교의 아마추어리즘이란 비판을 듣겠지만 어디 하루이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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