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혼밥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쪽발이들을 바라본 우리의 관습과 시각 때문이었지요.
우리 인식에서는 다같이 어울려 식사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사람 사는 맛이고 정이었는데 반해 쪽발이들은 뭣 때문인지 혼자 밥 먹는 걸 더 좋아한다는 식의 게시글들이 올라왔으니 이상하다 생각할만도 했었지요. 칸막이 달린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 구워먹는 걸 보면서 굳이 저렇게까지 라며 혀도 찼었고 말이죠.
때문에 그런 쪽발이들의 모습을 보고 한심하고 불쌍하다는 뜻으로 사용했던 혼밥이란 말이었지만, 점차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위 '함께 식사하지 못하면 친구가 없거나 따돌림 당한 것처럼 여겨질까봐 차라리 안 먹고마는' 고질병에서 벗어나 '나는 용기를 시험하고 남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식사할 수 있는 자신만만함과 쿨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걸 인증하는 증표로써 바꿔 사용한 게 지금의 혼밥이 아닌가 합니다.
금연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이제 혼밥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으니 님처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등급을 매겨 '나는 저거까지 해봤다'는 둥 '저건 나도 무리' 라는 둥 자신의 등급을 체크하며 혼밥하기 위해 노력하던 때가 있었었지요.
이런 이런.. 지금 역사 공부를 하자는 건 아니잖습니까..
님 말은 지금 원래부터 우리나라는 혼자 밥 먹는 게 당연했는데, 왜 혼밥이 어렵다고 이 난리를 피우느냐는 이 말씀 아니신가요?
그래서, 조선시대 때 어쨌는지와는 상관없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밥먹으면 죽는 줄 알았던 븅신들이 대다수였었다는 걸 말한 겁니다.
즉, 님이 언급한 혼밥이란 용어는 역사와는 별개의 뜻으로 사용되어지고 있는 용어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걸 말한 거지요.
그 븅신이 대다수였었다는 걸 기억 못하시는지요?
그리고, 님 말대로 체크리스트랍시고 굴러다니며 혼밥 타령하던 게 불과 3,4년 전이었고, 그 전엔 죄다 뭉쳐 다니는 게 정상으로 취급됐었어요.
물론 저 같이 남들이 몰려다니면 오히려 더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 소신들이야 혼자 고깃집 가서 고기 구워먹고 혼자 노래방 가서 노래부르고, 혼자 호프집 가서 맥주 먹고 이 지랄했었습니다만, 그거야 반항심리 때문에 그랬던 거고 제가 그럴 때만 해도 아무도 저처럼 혼자 와서 하는 사람 못 봤어요.
아마 각 지역마다 몇몇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옛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웃사이더' 같은 노래도 나오고 했던 거죠.
우리 같은 사람은 그야말로 반골이었던 겁니다. 남들이 이상하게 보는 게 당연한..
소위 기레기들이 하도 깔게 없으니까 밥으로 까려니까 애잔하고 그 존재 가치에 점점 더 진절머릭 나는게 사실이죠, BBC며 CNN이며 중국 환구시보며,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이 번 국민 방문의 의미와 특히 경제적인 전망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때에 밥타령이나 계속 하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합니까...무능력 자체만으로도 기레기 소리 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