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6시간30분째 증언 중입니다. (많이 지쳤을 것 같은데) 이제 그만하시죠.”(박한철 전 헌재소장)
따끔하고, 묵직하고, 직설적이다. 때론 인간미 넘치는 말 한마디가 툭 던져질 때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재판의 풍경이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지난 1일까지 10차례의 변론에서 헌법재판관들은 9가지 개성을 보여주며 재판을 진행했다. 이들의 말에는 30년 넘는 법조인의 내공과 핵심으로 치닫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재판은 시작 5분여만 방송 카메라에 공개된다. 그 이후 대심판정에는 150명 안팎의 사람이 남는다. 헌법재판관, 대통령 측 대리인단과 소추위원단, 50여 명의 취재진과 40~50명의 방청객이다. 일반인 방청객은 추첨으로 뽑힌다. 재판관들의 발언 대부분은 기자들의 컴퓨터를 통해 세상 밖으로 전해진다. 한마디 한마디를 그대로 받아치다 보면 한 번의 재판에 10만 자가 넘는 ‘대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3차 변론(지난달 10일) 때의 공방은 헌법재판관들과 증인의 빠른 공방을 쫓아가느라 기자들의 손가락에 ‘불이 붙을’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