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메갈 사태와 관련한 알 수 없는 이 모순은 무얼까 하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네요.
우리같은 일반인에게는 정치는 간접적인 수단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치 자체가 목적이고 존재의 의미죠.
정치인이나 준정치인(사회운동가, 여성운동가 같은...)에겐 말입니다.
만약 남녀간의 평등이 이루어진다면 여성운동가들은 어떻게 될까요?
본업있는 아마츄어 여성운동가야 목적 달성했으니 자기 직업에 충실하면 되는 행복한 순간이지만, 여성운동이 업인 사람에게는 삶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고 대중정치가를 꿈꾼다면 힘의 원동력이 없어지는 거죠.
김자연 성우도 밝혔듯이 요즘 젊은 여성들은 차별 거의 안받으면서 자랐습니다.
일베같은 여혐은 기껏해야 인터넷 상에서나 난리지 남자형제들을 위해 당연히 희생해야 했고 남자들에게 늘 양보해야 했던 옛 여성들에 비하면 매우 추상적이고 약한 차별이죠.
남자들이 역차별을 외치는 세상인 걸요. 여성부까지... ㅠㅠ
이런 상황에서 양성평등을 주창하는 여성운동가던, 여성우월주의를 주창하는 여성운동가던 옛날보다 활동하기는 편할지언정 추진력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들에겐 남녀불평등이야말로 존재의 이유고 발전의 원동력인데 그게 약해지니 남녀갈등과 여혐/남혐을 통해서라도 자신들의 기반을 키우고 싶겠죠.
이 사태로 말미암아서 여성운동이 어떤 의미로던 관심을 받고 있고, 여성운동가들은 그 의미에 관계없이 쾌재를 외치고 있을겁니다.
남혐의 공론화는 여혐을 키울 것이고 여혐은 다시 남혐을 키울 것이고, 사소한 불평등도 침소봉대될 것이고 그들이 설자리는 점점 더 커질 것이고 남혐 여성들은 그들의 정치적 기반이 될 것이니까요.
정의당 내 수많은 사람들이 메갈연계 부정과 혐오에 대한 반대 천명과 같은 상식을 당지도부에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남녀 쌍방의 혐오야 말로 그들의 주된 힘이 될 것이라 믿는 까닭인 듯 합니다.
그네들의 의도인 여혐의 확대는 하지 말되, 혐오주의자들에게는 철퇴를, 그리고 그걸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에게는 철저한 무시를 하는 것이 답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