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가끔 친일파, 독립운동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조선=대한민국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되는데 왠지 많은 담론들이 그 전제 위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요.
민족이나 국가는 절대선이나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걸 혼동하면 북한 체제에도 순응하고 살게 되겠죠.
사실 제게 조선이라는 국가는 북한과 굉장히 비슷한 인식입니다... 물론 당대에는 근처에 비슷비슷한 야만 국가들이 더 있어서 지금 북한처럼 독보적인 존재는 아니었지만요.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만약 조선이라는 나라가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면 하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합니다. 그랬다면 저는 지금 주상 전하가 계신 쪽을 향해 절하고 있을까요...? 가까운 중국이나 북한을 보면 이 반도의 남쪽에라도 민주주의 정권이 들어선 건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 같습니다.
구한말 고종이나 민비 등의 행태를 보면 자생적 근대화론은 자위나 망상에 가깝습니다. 당대의 지식인들도 고민이 많았을 테고 그 중에는 영국, 러시아, 일본 등 다양한 외세의 힘을 빌어 이 땅을 그나마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사람도 많았을 겁니다. 그 결과가 좋지 않았고 실현되지 않은 계획들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반대로 민족이나 독립을 명분으로 행동한 결과도 북한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어쨌든 저는 당시 조선을 위해 충성했거나 조선을 되살리려고 했던 사람들과 그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의 선악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너무나 자랑스럽고 발전한 자주 독립 국가에 살고 있어 다행이지만, '우리 민족끼리' 북한처럼 독재자의 노예로 사는 것과 우리나라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식민지>내지화된 오키나와 주민으로 사는 걸 비교해 보면 두 번 고민할 가치도 없이 후자가 낫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이번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문제에 대해서도 자꾸 조선 이야기가 나와서 의아합니다. 물론 다른 비리는 고려해야 하겠지만 대한민국의 현충원에 안장할 인물인지 여부를 따지는데 왜 자꾸 대한민국 건국 이전의 경력이나 문제를 들고 나오는지...
조선 왕국이나 대한 제국의 충신들은 결코 나라나 민족에 충성했던 게 아닙니다. 왕가나 황가에 충성했던 거지... 그 나라를 배신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단지 왕이나 황제를 배신했을 뿐이고요. 좀 더 확대해 봤자 종묘나 사직일까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배신할 나라(국민국가)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을 지나치게 현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