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게시판에서 화제가 되긴 했는데, 뒤늦게 댓글 달기도 그렇고, 이게 그냥 잡담으로 흘러갈 문제는 아닌거 같아 이슈 게시판에 글 써봅니다.
일단 전기차는 진입장벽이 낮아도 너무 낮죠. 배터리 빼고는 정말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물론 사람의 감각에 맞게 하려면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게 기술적 어려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진입장벽은 낮은 대신 판로장벽은 매우 크기도 합니다. 배터리 가격 때문에 기존 차량과는 경쟁이 안 되죠. 결국 정부 보조금을 먹여야만 원활한 판매가 가능합니다. 중국이 한국 배터리를 다는 차량에게는 보조금 안 준다 하죠. ( 늘 그렇듯이 핑계야 있지만 ) 충전 인프라 역시 해당 국가의 제도에 달린 얘기이고요.
전기자동차 구입하는데 보조금을 주는 정부를 갖고 있는 국가가 자체 산업 인프라가 없긴 어려울겁니다. 결국 그 나라들에 전기자동차 완성품 팔기는 어렵다는 얘기죠. 전형적인 로컬 산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미국처럼 타국에 열린 시장을 갖고 있다면 얘기가 다를 수도 있겠죠. ( 보호무역 바람이 분다 해도 여전히 열린 시장일 것임. ) 하지만 이건 전기자동차가 예전 자동차와 같은 범주에 머물러 있는 동안만 유효한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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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나오다는 것은 자동차도 하드웨어 시대에서 소프트웨어 시대로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PC 하드웨어 메이커는 그리 돈 벌지도 못 하죠. 완제품 제조업체들의 이익은 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유통업체의 몫이 더 크죠. 부품 제조업체가 오히려 돈 번다 할까요.
소프트웨어 업체 그 중에서도 특히 OS 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이런 애들이 막대한 돈을 법니다. 전기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약간의 센서 추가와 소프트웨어만으로 바로 자율주행차량이 되는 것이 전기자동차니까요. 자율주행용 OS/소프트웨어 업체가 돈을 긁어모으게 될겁니다.
전기자동차 완제품 메이커는 돈 벌기 힘들죠. 가장 많이 벌 업체는 OS/소프트웨어 업체, 그 다음으로 배터리등 핵심 부품 제조업체입니다.
애플이 자신들만 쓰는 독점 OS 와 독점 앱스토어 덕분에 돈을 긁어모읍니다. 전기 자율주행차 OS/소프트웨어 업체는 일종의 구독권 개념으로 사용료를 받을 가능성도 무척 크죠.
구글이 옛날부터 왜 그리 지도에 많은 투자를 했을까요 ? 단순한 지도만이 아니라 스트리트뷰 같은 것들도요. 자율주행 OS 가 학습해야 할 데이타를 다 준비해놓은겁니다. 이미 상당히 성공적으로 자율주행차를 구현해놓고 있기도 하고요.
아직 시장에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뿐이지. 전기 자율주행차 업계의 리더는 누구일지 미래는 결정되어 있습니다. 완제품을 누가 만들든 구글에서 자율주행차량 OS 를 사다 인스톨해서 판매하게 될테죠.
결국 전기 자율주행차 생산업체는 막대한 공장/설비 투자해놓고 그저 현상유지 수준으로 만족해야 할 길이 뻔히 보입니다. 중국과 경쟁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위에 말했듯 로컬 산업이 될테고요.
남은 것은 핵심 부품 제조업체 딱 이거말고 없습니다. 배터리와 온갖 반도체 부품들. 삼성으로서는 그냥 하던거나 계속 잘하면 그만이고, 괜히 완성차를 만들어보겠다 할 이유가 없는겁니다. 그렇다고 뒤늦게 구글처럼 자율주행 차량 OS/인프라(?) 구축, 개발에 투자할까요 ? 구글 외에 할 수 있는 곳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삼성에게 차려질 몫이 아닙니다.
삼성은 잘 생각한겁니다.
위 얘기는 현대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인데, 현대로서도 시장이 제대로 만들어지면 구글에서 OS 사오고 삼성에서 핵심 부품 사다 만들면 됩니다. 현대로서는 아주 쉬운 일이죠. 석유 차량보다 이익이 적을지 많을지 모르지만 그냥 하던 일 계속 하면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