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동물이니까 개를 먹어도 된다는 사람에게 애완견 한마리 주고, 한달만 키우라고 한다음 직접 잡아먹으라고 해보세요.
똑같은 동물일 뿐이라는걸 이성적으로 알면서도 갈등 할 걸요.
누가 대신 그 애완견 목을 잘라버리고 가죽을 확 벗겨서 보신탕으로 만들면 단지 음식일 뿐이라는걸 알면서도 화를 참지 못할겁니다.
8살 나이에 저한테 달팽이는 개미, 지렁이 같은 미물이었죠.
그래서 집근처 화단에 달팽이가 바닥에 기어 다니는걸 보면 아무 거리낌 없어 밟아 죽였습니다.
하루는 문뜩, 달팽이 하나를 키워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유리병에 담아 책상에 놓았습니다.
상추, 당근 같은걸 잘 먹는다는 정보를 알게 됐고, 똥도 싸더군요.
어두운걸 좋아해서 암실도 만들어줬고, 분무기로 적당히 습도 조절도 했습니다.
20일 정도 지나니까 정말 크게 자라더군요.
문제는 너무 손이 많이가서 귀찮아지는 겁니다.
그런데 귀찮다고 그 달팽이를 차마 밟아 죽일 순 없었습니다.
도로 화단에 풀어줬죠.
그리고 다시는 달팽이를 밟아죽이지 않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