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군수품 새 것? 수통 100년 됐든 무슨 상관"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수통이 빵꾸나지 않고 사용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50년이 됐든 100년이 됐든 무슨 상관이냐?”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이다. 한 의원은 10일 국방부에서 실시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군수품을 자꾸 새 것을 줘야한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원은 “저와 정미경 의원이 2012년도 국감 당시 수통을 이야기하고 예산도 편성해줘서 충분한 새 수통을 다 샀는데도 일선 부대는 여전히 헌 수통을 쓰고 있다”며 “그 이유를 물으니 담당자가 새 물품은 전시(戰時)에 사용하려고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며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질타했다.
그러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 장성으로 예편한 한 의원이 “차량도 지금 수명을 초과한 것을 얼마나 더 쓰고 있느냐”며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이어 “관리하는 법만 잘 알려주고 기능상 문제만 없다면 그게 몇 년이 됐든 무슨 상관이냐”고 밝혔다.
하지만 장병들이 오래되고 비위생적인 수통을 사용하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해 노후 수통 전량 교체가 가능하도록 했는데도 군에서 이를 구매 후 전시용으로 보관한다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고, 의도야 어찌됐든 한 의원이 실수라는 것이 중론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0&oid=119&aid=0002094773
6·25전쟁 때 쓰던 수통, 지금도 쓰고 있을까?
1964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자체 제작한 수통의 재질은 스테인리스에서 플라스틱, 알루미늄으로 여러 번 재질이 바뀌었습니다. 1972년 처음으로 플라스틱 수통이 공급됐고 1977년 본격적으로 알루미늄 수통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옆면에 접합선이 있는 구형 알루미늄 수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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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형 수통(왼쪽)과 신형 수통(가운데·오른쪽)의 차이 한 눈에 보이나요? 신형 수통은 접합선이 없고 입구가 넓은 것이 특징입니다. 2007년 개발한 뒤 지난해가 돼서야 보급 완료했다고 합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
●30년 만에 개발된 접합선 없는 신형 수통
30년 만인 2007년이 돼서야 옆면 접합선이 없는 매끈한 알루미늄 소재의 수통이 개발됐습니다. 신형 수통 무게는 기존 수통보다 40g 가벼운 200g 이하이고, 작은 생수병 두 개 분량인 980ml의 물이 들어갑니다. 고온이나 저온에서 내부 피막이 벗겨지지 않도록 보완한 것은 물론 몸통의 용접선이 없어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군의 설명입니다. 새 수통을 개발해 교체했지만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교체율은 60%에 머물렀습니다. 사용 연한이 없는 수통의 특성상 많은 장병이 6·25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수십년 된 구형 수통으로 물을 마셨을 겁니다.
지난해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들이 놀랄 만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군 당국이 127만개의 수통을 구매했지만 새 수통을 제대로 보급하지 않아 장병들이 여전히 30~40년된 수통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27만개의 수통을 구입하는데 든 비용은 107억원. 탄도탄 요격미사일 1발 가격입니다. 이 돈으로 63만명인 우리 장병들이 1인당 2개씩 사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수통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방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현역병과 동원예비군용 신형 수통 54만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군에서 구입한 구형 수통이 8만개, 항토예비군용 신형 수통 34만개 등 2005년 이후 제작된 수통 96만개가 이미 보급돼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추가로 보급해야 할 신형 수통 물량도 적지 않았습니다. 현역병과 동원예비군용 27만개, 항토예비군용 4만개 등 총 31만개로 추산됐습니다. 여전히 수십만명의 장병이 2005년 이전에 구입한, 오래된 구형 수통을 사용하고 었었던 겁니다. 당장 “군에선 도대체 지금까지 뭘 했나”라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구형 수통, 폐기않고 모두 창고로 가는 이유는
이 수통,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신형 수통 31만개를 모두 일선 부대에 보급했다”고 자신있게 밝혔습니다. 하지만 자랑할 만한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30년 만에 야심차게 개발한 신형 수통을 모든 장병들에게 보급하는데 무려 7년이 걸렸으니까요. 8만개는 여전히 2005~2006년에 구입한 구형 수통입니다. 그나마 앞으로는 ‘노르망디’나 ‘압록강’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궁금증은 여기서 그치질 않았습니다. 신형 수통으로 바꾸면 이전에 쓰던 수통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그냥 녹여서 재활용할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유사시 동원병력을 위한 예비물자로 창고에 보관하게 됩니다. 군에서는 이것을 ‘치장용 장비’라고 합니다. 수십년 된 구형 수통도 곧바로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쓸 만한 것들은 창고로 가는 것입니다. 전쟁이 나면 물자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구형 장비도 모두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오래된 수통들도 쓸만한 것은 여전히 창고에 있는 것입니다.
수통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것은 사실 지난해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장병과 예비역들의 불만이 이어져 오다가 2008년 친박연대(현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결국 불씨를 당겼습니다. 군에서 사용하던 수통을 종류별로 구해 연구소에서 미생물 배양 실험을 한 결과 플라스틱을 제외한 알루미늄 수통과 일체형 수통에서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이 검출됐습니다.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은 대표적인 식중독균으로, 감염되면 설사와 구토,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전 국민이 발칵 뒤집힐 만한 내용이었죠.
군은 당시 “서 의원실에 제출한 수통은 야전에서 실제 사용하던 제품이 아니다. 야전에서는 수통을 개인별로 지급하며, 세척 및 열탕소독을 통해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급히 해명했지만 이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예비역이 열탕소독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비릿한 물때 냄새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냄새가 난다고 무조건 비위생적인 것은 아니지만 한 번이라도 수통을 사용해보면 그 고정관념을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