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자어의 가독성, 경제성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글을 쓰는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입니다.
통상 우리가 어떤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데] 있는 것이지
시간과 노력을 줄이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의사소통에 대하여 읽어봤던 연구자료에 의하면
의사소통에서 비언어커뮤니케이션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어도 65%이상, 많게는 90%까지 나타나더군요.
즉, 너와 내가 다른 이상,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100% 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글을 통해 전하는 건 매우 어렵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우리가 글을 쓸 때 왜 비유나, 사례를 들겠습니까.
그것은 '나'라는 발신자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당신'이라는 수신자에게 정확히 받아들여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글은 더욱 알기 쉽게 풀어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열심히 글을 썼는데 상대방은
엉뚱하게 이해하고 딴소릴 하는 경험
다들 해 보셨죠?
2. 한자가 필요없다고 말하는 이유.
우리는 한자의 '뜻'이 필요한 것이지
한자라는 '문자'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위의 가독성과 경제성이라는 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가독성[可讀性]
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려면
可 의 ⑤번 뜻, 가히(=능히)
讀 의 ①번 뜻, 읽다
性 의 ③번 뜻, 성질을 찾아야 하며 [성질]이란 말의 뜻도 알아야 합니다.
어렵게 찾은 뜻을
어떻게 잘 엮어 가독성을 이해하면 {가히 읽는 성질}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풀이된 해석은 {인쇄물이 얼마나 쉽게 읽히는가 하는 능률의 정도}입니다.
또한 가[可]의 다른 쓰임을 보면
가부[可否] ①번 뜻, 옳다.
허가[許可] ②번 뜻, 허락하다(許諾-- : 諾 ③번 뜻, 동의하다)로
뜻이 여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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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經濟性]
일단 이 단어는 경제가 '경세제민'이란 말에서 나온 것을 알아야 합니다.
경세제민 [經世濟民] :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제하다
經 ③다스리다 世 ⑪세상 濟 ④ 구제하다 民 ① 백성
이렇게 경세제민을 배워 뜻을 대강 짐작해도 경제라는 단어는 따로 배워야 합니다.
그냥 경[經], 제[濟]자를 찾아보세요 무슨 돈 같은 소리가 나오나.
경제의 사전 정의는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③번 뜻, [돈이나 시간, 노력을 적게 들임.]을 찾아야 합니다.
결국 경제성[經濟性] : [재물, 자원, 노력, 시간 따위가 적게 들어가면서도 이득이 되는 성질]
이 말은 한자를 알아도 뜻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종합하면,
1) 각 한자는 다양한 뜻과 쓰임 가지고 있고,
2) 그 다양한 뜻에서 정확한 의미를 찾기 힘들며
3) 심지어 알맞은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
4) 가독성, 경제성 각 낱말의 전체 뜻을 모르면 1)2)3)이 무소용이다.
5) 추출해 종합한 뜻과, 실제 사전적 정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혼용 →{ 混用 → 섞을, 쓸 }→ 섞어 쓰다.
이 중간 단계는 오히려 뜻을 이해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고
학습자에게 어려움만을 주므로, 아무런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3.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한자의 '뜻'이 필요한 것이지
한자라는 '문자'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통상 우리는 혼용을 쓸 때
混用이라는 한자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혼용이라는 한자어에 대입되는
당신과, 우리가 공유하는 [생각], 즉 그 단어의 보편적인 뜻을
학습과, 경험에 따라 떠올리거나, 체득하여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미 언급했듯 [혼용 = 섞어 쓴다]라는 개념이 반복적 학습에 의해
머릿속에 떠오르 것이지 [혼용 → 混用 → 섞을, 쓸 → 섞어 쓰다.]
이런 과정이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말로 대체하기 전 과도기에
한자어의 뜻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려 한다면
[혼용 → 섞어 쓰다]와 같이
뜻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지
한자는 전혀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자어를 대체하기 위해서
뜻이 되는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
그것의 공통점을 종합하고, 체계화하여
한자어를 대체할 우리말을 정립해야 한다는 이야기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