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태아는 모(母)와는 다른 별개의 존재이고,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선택권이니 행복권이니 떠들어봐야, 일단 낙태죄 폐지는 이런 태아의 생명을 부정해야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여성 개인의 건강권, 성적 자기결정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보장한다고 해도, 그것이 타인의 생명권에 우선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태아를 생명체가 아닌 그들 말처럼 그냥 수정되어 분열된 '세포'로 정의한다면, 낙태죄가 폐지되는 것이 개인적으로 이득 같았다.
이 생각은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조치다.
운전을 하거나 보행을 하는 일이 많은 입장에서 마주치는 임산부와 충돌할 확율이 내 아이를 낙태할 확율보다 100만배 쯤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40살이 넘은 인생에서 앞으로 태아가 새로 생길일도 없을 것 같다.
이런 충돌로 태아가 유산되도, 굳이 생명을 해쳤다는 죄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고,생명체로 인정해 보상해야할 피해보상의 범위도 확실히 줄어들게 된다.
개인적인 리스크를 줄인다는 방향으로 냉정히 생각하면, 낙태죄는 폐지되어야 하고, 태아는 세포로 규정하는 것에 찬성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