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우리의 역사서 편찬 전통을 얘기하며 국사편찬위에 역사교과서를 맡기자는 식의 주장을 하는
글이 아래에 있던데, 실록편찬을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근거로 드는 건 심각한 왜곡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의 경우, 사관들이 기록했던 사초는 기본이고(사초 역시 혼자 쓴 게 아니라 복수의 사관이
쓴 겁니다) 승정원일기와 개별 관청에서 기록했던 자료, 심지어는 재야에 있던 선비들의 문집까지도
참고했습니다. 게다가 당쟁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상대편이 기록한 자료들을 싣기도 했었고 말이죠.
한마디로 다양한 시각을 참고하고 담았다는 겁니다. 단 하나의 시각을 정사라고 기록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현대로 비교하면 국정제가 아니라 오히려 검정제에 가까운데 이렇게 왜곡을 하고 국정화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으려하다니 심히 유감스럽군요.
그리고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겠지만) 역사는 100% 객관적일 수가 없는 영역입니다.
사료로 남길만한 사건, 자료라고 선별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주관적인 행동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이병도와 그 패거리들에 의해 소위 실증사학이란 것이 어떻게 악용되는지,
그 폐해가 어떤 것인지를 몸소 겪었고 또한 현재진행형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