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해고도 모자라 사회보험 축소까지 주장하는 재벌
고용안정성을 대폭 후퇴시킨 노사정 합의가 나온 지 1주일도 안돼 재계에서 사회보험 축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경총은 어제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보험 비용 증가는 기업의 노동비용을 상승시켜 고용 여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만으로는 고용 창출이 어려우니 이제는 기업들이 내는 사회보험 비용 부담도 줄여달라는 것이다. 경총은 사회보험 비용 부담이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9.1% 증가해 지난해 90조원을 넘어섰고 10년 후에는 2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 710조원의 8분의 1도 안되는 사회보험 부담을 갖고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총은 구체적 대안까지 제시했다. 건강보험은 ‘필수적 급여’ 중심으로 재편하고 노후보장은 ‘다층연금구조’를 확립하자고 했다. 사소한 질병은 개인들이 알아서 치료비를 부담하고, 노후보장은 국민연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개인연금을 더 많이 들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경총은 건강보험에 대한 부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 실수령액을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공무원·군인연금도 보장 수준을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용보험은 육아휴직급여 지출을 줄이고 산재요양 기간의 장기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전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노사정 합의에 대해 “노동자 희생만 강요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노동 유연성과 함께 안정성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지금까지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고용안정 대책은 고작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한달 늘리는 대신 실업급여 자격을 까다롭게 고친 것이다.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사용 확대도 모자라 전 국민의 사회안전망 축소까지 주장하는 재계에 대해 대통령은 과연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가. 재계의 이런 무리하고도 황당한 주장은 왜 이 시점에서 노동개혁이 아니라 재벌개혁이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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