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경찰보다 먼저 임씨 사망 현장 조사
오늘(9일)은 국정원 불법 감청 의혹과 관련된 저희 JTBC의 단독 취재 내용을 집중 보도하겠습니다. 해킹 업무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 임모 씨의 사망과 관련해서 각종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요, 임씨 사망 당일 경찰이 임씨 시신 발견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국정원 직원이 먼저 단독으로 현장조사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정원 직원이 임씨의 시신과 유류품을 아무런 제지 없이 조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 조사전 현장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정원 직원 임모 씨의 시신이 발견된 7월18일 오전 11시54분. 소방관은 인근에 출동해있던 국정원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차량 위치를 알렸습니다.
이 국정원 직원은 10분쯤 뒤 현장에 도착해 현장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유독가스를 빼기 위해 구조대원이 문을 개방해놔, 문은 열린 상태였습니다.
[중앙소방본부 관계자 : 문은 원래 열려 있었죠. 우리 구조대원이 열었을 테니까. 그 직후 구급대원이 심전도 체크하고 그랬거든요.]
국정원 직원은 차량 앞으로 가서 시신의 상태와 유류품 등을 확인했습니다.
뒤늦게 119 구조대의 연락을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12시50분.
경찰이 도착하기 50분전쯤 국정원 직원이 단독으로 현장 조사를 한 겁니다.
이 국정원 직원이 차량과 시신을 조사할 때 119구조대는 가까이 있지 않아 어떤 방식으로 뭘 살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 불법 감청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임씨 사망 현장에 국정원이 현장을 1차 조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장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또다른 의혹입니다. 국정원은 임 씨가 숨진 당일 임씨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특수 장치를 통해서 위치추적을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임씨 휴대폰에 설치된 특수장치에는 원격 자료 삭제 기능이 있었고 그 권한도 국정원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국정원이 위치 추적을 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임씨 휴대폰의 자료도 삭제할 수 있었던겁니다.
신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국정원은 지난달 18일 아침, 임씨가 출근을 하지 않자 직원들 휴대전화에 있는 특수 장치 MDM을 통해 위치추적에 들어갔습니다.
9시 50분에 첫 위치추적을 시작해, 10시 16분, 11시 19분에도 추적은 계속됐습니다.
이후 12시 3분에 소방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국정원 직원이 현장에 도착하고, 마티즈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임 씨를 발견하고 사망 사실이 확인된 뒤인 12시 7분, 어찌된 일인지 국정원은 MDM을 또 다시 작동시켰습니다.
국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MDM에는 위치추적 기능뿐 아니라, 휴대전화 원격 자료 삭제 기능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 운영 자료를 삭제하기 위해 MDM을 썼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국정원이 불법 감청 의혹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은폐 시도를 한 것은 아닌지, 명확한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국정원 직원 임모 씨 사망과 관련한 새로 취재된 내용을 전해드렸습니다. 취재기자와 좀 더 얘기나눠보겠습니다.
이호진 기자. 국정원 직원이 현장에 경찰보다 먼저 도착했고 경찰이 오기전에 현장조사를 했다는 내용은 처음 공개가 됐는데요. 어떻게 가능했던 건가요?
[기자]
예, 소방이 경찰에 통보한 시각이 18일 낮 12시 2분입니다.
이때 경찰에 출동을 요청했는데요. 그런데 국정원에 알려준 시각이 이보다 8분 앞선 11시 54분이었던 겁니다.
법적으로 사망사건 조사 권한을 가진 경찰보다 국정원이 먼저였던 셈입니다.
이때 당시에는 임씨 부인이 경찰에 했던 신고를 취소한 상태였습니다.
[앵커]
소방당국에서 경찰보다 국정원에 먼저 얘기를 해줬다는 것인데, 이것도 국정원의 요청에 따른 것일까요.
[기자]
국정원에서 정식으로 어떤 요청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경기소방본부에서는 국정원 직원이 현장에 없었다고 밝혀왔고, 국정원 역시 침묵을 지켜왔죠.
추가적인 취재가 필요합니다.
[앵커]
국정원 직원이 현장조사를 했다면 어떤 조사를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한데요. 국정원 직원이 현장에서 뭘하는지 본 사람이 없다는 거죠?
[기자]
일단은 구급대원들이 멀리서나마 지켜본 것 같습니다.
[앵커]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만 봤다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다만 국정원이 임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원격 자료 삭제 기능이 있는 MDM을 작동시켰다고 나오지 않았습니까.
국정원이 무엇을, 어떻게 조사했는지, 그리고 정말 삭제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마티즈 차량 관련해서도 각종 의혹이 나왔는데, 오늘 새롭게 나온 사실들로 볼때 마티즈 승용차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죠?
[기자]
예, 임 씨가 숨진 당일, 경찰이 유족에게 마티즈를 넘겼고, 다음날 유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국정원 협력업체에 페차 의뢰를 했습니다.
그런데 숨진 날 저녁 6시 46분, 수원지검 검사가 "사망경위를 명백히 수사하여 재지휘 받을 것"을 지시했는데요.
그런데 경찰은 1시간 40분뒤에 마티즈 차량을 유족들에게 넘긴 겁니다.
[앵커]
국정원 직원의 이같은 행위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나요?
[기자]
예, 법조계에서는 국정원 직원이 경찰보다 먼저 현장에 손을 댔다면 공무집행방해나 증거은닉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고의성이 필요하다고 봤고요.
결국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안에서 모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검찰 수사 뿐 아니라, 국정원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