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1945년 조선반도에 진입해, 조선 민족이 자립할 수 있을 때 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다가, 총선 후 1948년 미련없이 조선반도를 떠납니다. 그리고 1950년에 다시 상륙해서 북한 침략군과 중공군을 무찌르고, 1953년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어 한반도의 항구적 번영과 안보를 제공합니다.
미군은 한반도를 3번 구했습니다. 일본을 항복시켜 조선반도를 해방시켰고, 북한군과 중공군을 제압하여 자유 대한민국을 멸망의 위기에서 구했으며, 항구적 안보우산을 제공하여 이 나라의 경제를 구했습니다.
이런 침략군 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런 점령군을 보신 적 있나요?
누군가를 해방시킨다는 것은 그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압제와 억압 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해방을 위한 군사조치가 선행되며 일시적 점령상태가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본문은 가스라-테프트 밀약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과 점령군으로서의 위상을 강조하려고 하지만, 그냥 1945년 해방 직후부터 있었던 커다란 맥락들이 미군이 침략군이나 점령군이 아닌 해방군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군사적인 점령이 있었기 때문에 점령군이라면 이 세상에 점령군 아닌 해방군이 어디있나요. 그렇기 때문에 맥아더 포고문이나 혹은 미군의 군사 캠페인만 보고서 점령군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말장난에 가깝습니다.
맥아더의 포고문은 고압적인 군인이 가장 효율적으로 적군을 무장해제 시키고, 공백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작성된 전형적인 군인의 워딩이지 이를 근거로 조선이 점령지였다, 미군은 점령군이다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조선이 점령의 대상인지 해방의 대상인지는 군인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정하는 것이고, 이미 카이로 회담을 통해 조선의 독립은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과도기적 단계를 본질인마냥 우겨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친일파를 처단하지 않았다. 독립운동가들을 개인 자격으로 입국시켰다. 독립군 부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등의 이유로 미군을 폄하하기도 하는데, 이는 미군 입장에서 당연한 행동입니다.
우선 미군은 친일파를 처단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친일파 처단을 미군에게 의존하고, 미군이 해주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민족은 스스로 자립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해줘 근성이고 노예근성입니다. 친일파 처단은 조선인들 스스로 해야 합니다.
독립군 부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도 미군 입장에서는 당연합니다. 조선은 합법적이고 정통성있는 민주정부가 이어져온 국가가 아닙니다. 전근대 봉건왕조를 거쳐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상태에 놓여있다 이제 막 독립한 신생국가입니다.
온갖 계열의 독립운동단체들이 난립하고, 서로가 저마다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자신들이 조선을 대표할 자격이 있다고 외치는데, 냉정하게 봐서 조선인들 스스로가 선택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정통성 있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광북군 계열의 독립군이 들어오고,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군이 들어오면, 사회 혼란이 극에 달하고 질서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누가 조선을 대표할지는 선거를 통해 조선인들 스스로가 결정하고, 미군정은 그것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겠습니까.
사전적인 용어를 강조하는 것도 역사학에서는 대단히 선동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행동입니다. 몇해 전 극우의 대안교과서에서 '독립운동가들의 테러를 테러라고 불렀는데 뭐가 잘못이냐?' 라고 외치는 것과 같습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긍정적이고 적당한 용어가 있음에도, 굳이 틀린 건 없지 않느냐며 사전적인 용어를 고집하는 것. 대단히 악의적인 의도가 깔려있는 행동입니다.
해방군을 굳이 점령군으로 고집하겠다는 것은, 독립운동을 테러로 부르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도움을 받은 입장에서 도움준 사람의 의도를 따지는 것 자체가 매우 배반적이고 모순적입니다. 당시 조선반도를 미국이 그렇게 탐낼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따져보면 아니기도 하거니와, 그렇다 해도 결과적으로 나라를 세우고 연명한 입장에서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놨더니 구해준 의도를 묻고 있는 꼴이 아닙니까. 일본처럼 착취를 위한 투자도 아니고, 따지고보면 이득본 것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점령군 논리가 얼마나 급하게 나왔는지, 미군이 더 이상 점령군이 아니게 되는 시점을 물어보면 답변이 제각각입니다. 사실 점령군이 그렇게 빨리 동맹군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들이 사실은 해방군으로 왔음을 드러내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지만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논란의 불씨를 당긴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기를 점령군으로 온 미군과, 이승만 정부와 동맹협상을 맺은 주한미군은 구분된다고 하였습니다. 이 협상이 1953년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은 점령군이며, 한국전쟁 파병을 결정한 유엔 산하 16개국은 미국의 점령지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출병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천하의 이재명 후보라 해도 감히 그렇다고 답변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시기가 점점 앞당겨 집니다. 이제는 1948년 정부수립을 기점으로 더 이상 점령군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동안 미군과 아무런 공식적 동맹협상도 체결한 적이 없고, 미군이 지위가 이전과 달라지지도 않았고, 1945년의 미군과 1948년의 미군은 완전히 같은 미군인데 점령군에서 갑자기 주둔군이 됩니다.
이런 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1945년의 미군을 반드시 점령군이라고 불러야겠다는 고집을 부리기 때문입니다. 뭔가 학술적 논쟁이라기 보다는 여당의 대선후보가 걸린 정쟁으로 번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여당의 의식있는 후보분들께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정세균 전 총리께서 언급하신 바와 같이 민주당의 역대 대통령 아무도 저런 위험한 발언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 고집을 부리면 부릴수록 정치적으로도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어떤 학술적 용어나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하더라도 미군-점령군-친일파를 함께 엮어서 사용한 것은, 미군을 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아직 그 정도로 미국에 적대적인 사회는 아니라고 봅니다.
출처;디비디프라임 시사정치게시판 라자몽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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