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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9-02 11:13
움베르토 에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글쓴이 : 운드르
조회 : 772  

그 양반 소설이 재미있느냐고 물으신 분이 계시던데,
이 글은 그에 대한 제 나름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는 것 반 재미없는 것 반입니다.
그리고 재미있다는 것도 모두에게 재미있을 그런 스타일은 아닙니다.
한바탕의 지적 유희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분에게만 재미있을 겁니다.
그걸 전제로, 제가 읽은 것들만 언급해 보겠습니다.
 
1. 장미의 이름 : 에코 소설 가운데 맨 처음 나온 거죠.
사실 거기 등장하는 윌리엄 수사는 그 시대에 존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에요.
(진중권 말대로라면 후기 비트겐슈타인)
사실 이 소설 자체가 맹신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하고 있는지라 그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수도원 도서관 지도를 보는 순간 '그래, 당신 천재다!'하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ㅎ
결론 : 그런대로 재미있음. 재미=<흥미
 
2. 푸코의 진자 : 음모론 애호가의 필독서.
특히 카발라나 그노시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에 그런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 하실 것 같은데, 바로 제가 그렇습니다;;)
정말 읽는 도중에 에코 멱살을 붙잡고
'그래, 지구의 배꼽이 대체 어디야!'라고 윽박지르고 싶은 충동이 일었던 기억이 ㅎㅎ
결론 : 꽤 재미있음. 재미=흥미
 
3. 전날의 섬 : 읽기는 했는데 대체 뭔 얘긴지 모르겠네요.
일단 배경은 '경도 찾기'(근대 항해사를 지배한 문제였죠)와 관련한 탐험인데
그건 정말 배경일 뿐이고, 거의 주인공의 내적 의식만 이어진달까... 그런 느낌.
결론 : 지금까지 나온 에코 소설 가운데 개인적으로 제일 지루했음.
 
4. 바우돌리노 : 중세 시대 이탈리아의 어느 허풍선이가 주인공이고,
시대적 배경은 대략 3~4차 십자군 전쟁 사이가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역사적 사실과 중세 특유의 환상을 재미있게 녹여냈습니다.
추리소설적인 장치도 좀 있구요... 요리 얘기가 자주 나오는 게 특징.
결론 : 에코 소설 가운데서는 제일 대중적인 스타일. 아주 재밌었음. 재미>=흥미
 
5.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 자전적인 성향이 제일 강한 소설.
양차 대전 사이의 이탈리아 대중문화사는 이 소설 하나로 재구성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드네요.
윗줄 그대롭니다. '내가 이걸 알아서 뭐하게?'라고 생각하신다면 읽지 마세요.
결론 : 재미없는 편. 재미<흥미 
 
6. 프라하의 묘지 : 19세기 반유대주의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합니다.
정말 이 주제와 관련해 벌어진 대부분의 역사적 사건을 건드리고 있거든요.
내용은 한 마디로 '어느 반유대주의자의 뒤틀린 인생 역정'.
풍속사적인 측면도 꽤 들어 있고, 요리 얘기가 진짜진짜 많이 나오는 게 특징.
결론 : '재미있음-없음'의 중간 정도. 재미=<흥미 
 
이 양반은 소설뿐안 아니라 에세이도 꽤 많이 썼는데,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은 일독을 권합니다.
세상의 다양한 어리석음에 대해 에코 특유의 방식으로 일침을 가하고 있죠.
머리 좋은 녀석이 삐딱선을 타면 이런 글이 나오는구나 싶어지더군요.
책 전반에 걸쳐 기발하지만 웃기지만은 않는 조롱이 넘쳐납니다.
이게 재미있다면 '미네르바의 성냥갑'을 그 다음으로 읽고
'작은 일기''가재걸음'으로 갈수록 유머는 적어지고
시사 비판적인 성격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나중으로 미루길 권합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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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phan 14-09-02 11:16
   
소설은 아니지만 필독서: 논문 잘쓰는 방법~
     
운드르 14-09-02 11:18
   
아, 그걸 빠뜨렸네요. 이거 진짜 유용한데 ㅋㅋ
특히 '지도교수에게 이용당하지 않는 방법' 대목은
모든 석사급 이상 학위논문 작성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웅캬캬캬 14-09-02 11:20
   
몇몇 책들은 끌리네요.

간만에 순수문학에 심취해봐야 겠네요.
     
Orphan 14-09-02 11:25
   
상당히 현란해서 이해나 빠르게 감이 안와도 쭉 훝어서 읽고 다시 읽는방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안그러면 에코스타일을 처음 접하시는분들은 진도가 잘 안나갑니다.

댄브라운 하고는 차원이 달라서 ㅎㅎㅎㅎ
          
엔터샌드맨 14-09-02 14:25
   
아... 그래서 내가 푸코의 진자 초반부분을 벗어나질 못하는구나...

당최 이야기가 연결이 안되서 '내가 어딜 놓친거지?'

처음부분을 읽고 또읽고 결국 첫권 첫장에서 진도가 안나가더군요

장미의 이름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푸코의 진자는 아직도 완독을 못했는데

한번 이 말대로 읽어봐야겠습니다.
     
운드르 14-09-02 11:28
   
저도 Orphan 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매 구절마다 붙잡고 이게 뭔 뜻일까 고민하면... 진도 안 나갈 겁니다 ㅋㅋ
일단 쭉 읽고 맥락을 대강 파악한 다음 세부를 더 깊이 파고드는 게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Ciel 14-09-02 14:36
   
장미의 이름이랑 바우돌리노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장미의 이름은 저녁에 보기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밤새는 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장미의 이름은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니까 영화부터 보고 영화와 비교하며 원작을 읽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