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는 뭔 헛소린가 했는데 읽어보니 그럴듯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올려봅니다
(출처 - http://egloos.zum.com/MAY2016/v/4406293)
한국에서 모 정당에서 일하는 선배랑, 모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아는 형님이랑 나 랑 같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결론은, 이러한 메갈의 열풍은 분명 그릇되고 비열하며 감정적인 실수투성이의 결과를 낳을 테지만, 궁극적으로는 메갈이 승리할 것이다, 그러니까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메갈리아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비위를 맞추게 될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형들의 말을 듣고 난 어느정도 납득했고, 곧 이해했다. 그래, 메갈이 승리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보고 있던, 이 형들하고는 잘 모르지만 나하고는 잘 아는 후배 하나가 대화에 끼어들었는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메갈이 정치권에 무슨 이득이 된다고, 저런 삽질하는 대가리 빠가인 년들 집단의 비위를 맞추나요?"
"아, 너 얘 후배라고 그랬지. 음. 어떻게 설명을 해 준다. 정치권에서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생각을 하는 집단 대중의 비위를 맞추기가 극히 힘들거든. 그런 사람들의 기호를 맞추려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정책을 내 놓아야 하는데, 정작 그런 정책을 내 놓으면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또 상식적인 정책이라도 개개인의 이익과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매도될 수 있거든? 간단하게 말하면, 상식적인 대중은 오히려 정치권에게 있어서 제일 골치아픈 존재야"
"맞아 맞아. 하지만 메갈리아는 별로 상식적이지 않지"
"그 상식적이지 않은게 바로 정치권에게는 상당한 매력으로 보이거든? 눈앞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적이 있고, 땔감을 끊임 없이 부어줄 동조자들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며 (실제로는 그 이하겠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정도로 부풀려져서 보이거든), 마치 1990년대 초반의 운동권 애들을 보는 것 처럼 메갈리아의 지도부와 그 수장들은 미친듯이 - 그야말로 미친듯이 행동하고 있어. 그럼 여기서 비교해 보자. 상식적이지만 다루기 힘들고, 뭔가 시켜먹으려고 하면 생각부터 하는 깐깐한 사람과, 비상식적이지만 콘트롤 하기 쉽고 먹이만 던져주면 미친듯이 뛰어드는 사람 중 누가 더 써먹기 쉬울까?"
"헐, 그럼 지금 정치권은 메갈리아랑 손을 잡고 싶어한단 말이에요?"
"뭐, 우리도 전에 영국에서 벌어졌던 페미니즘 몰락 사건을 보고 지금 사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국은 영국에서처럼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양성 평등 주의자입니다' 같은 선언을 해 줄 것 같지가 않거든? 쌓이고 쌓인게 많은게 여성들이고, 설령 자기는 그런 피해나 성폭력, 위협을 당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런 기회에 '마치 자기가 당했는 것 처럼' 감정적으로 동조하기 쉬운게 한국 여자들이라고 봐. 심지어 금수저 집안에서 자라서 아빠나 남친의 폭력은 커녕, 자신이 항상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해 있던 여자들 조차도, 지금 메갈리아의 논조에 울컥 하고 감동(?) 해서 티셔츠를 사고 잇는데, 그게 걔들에게는 말이지,"
"되게 멋져 보이는 거지"
"맞아. 지금 메갈리에에 동참하는건, 지지하는건 여자들에게 있어 아주 멋진, 통쾌한! 그리고 항상 자기들을 핍박해 왔던 (설령 자신이 정말 핍박당한 경험이 없다 한들, 은연중에 느껴왔던, 혹은 느껴 왔다고 착각하고 있는) 압력에, 바로 한국 남자들에게 엄청난 빅엿을 먹여주는 게 되는거야. 그리고 이것의 최대 장점은, 자기가 직접 목소리 높이고 나서지 않아도, 메갈리아가 알아서 나서서 남자들과 맞서 싸워 준단 말이야. 어찌 여자들로써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겠어?"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메갈리아가 원하는 것은 기실 도덕적이지도 않구요"
"사실이 아니면 사람들은 믿지 않나? 대중은 통쾌하고 멋지고 재미난걸 원하지 뭐가 진짜 사실인지는 원하지 않잖아? 현실을 보자고. 메갈리아가 망할 것 같아? 난 아니라고 봐. 이번에 메갈리아를 옹호했던 사람들이 망할 거 같아? 뭐, 좀 불리해 질 수는 잇겠지.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망하건 말건 메갈리아에게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거든? 그 뭐냐? 웹툰 작가들? 걔들이 다 해고당한다고 치자. 그런데 그러면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어질까? 메갈리아를 지지했다가 저 꼴을 당햇으니 조심해야 겠다, 지지하면 안되겠다, 그럴까? 아니면 '저 순교자들을 보라! 우리는 더더욱 투쟁하여야 한다!' 라고 더 불붙을까?"
"지금 많은 사람들이 메갈리아의 헛점과 비논리적인 부분을 퍼서 나르고 알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 뿐이고, 남자들은 애초에 메갈리아가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지. 메갈리아는... 그래, 너 (여기서는 나) 가 말했듯이, 그냥 증오할 대상으로 남자가 필요할 뿐이야. 만약 남자들이 다 없어지면 메갈리아는 진짜 곤란해 질거다. 분노해야 하는 대상이 사라지면 그냥 그 단체는 죽는 거지. 계속 분노해야 하고, 과격하고 파격적이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서라도 이슈거리를 만들어야 하고, 그런 행동에 분노한 남자들이 메갈리아를 욕하면 옳거나! 하고 다시 또 불을 지피고, 그러는 와중에 대리만족감을 느끼는 여성들은 더욱더 늘어나고... 뭐 그런거야. 이야기가 긴데, 닥치고 말해서, 다음 선거때 군 가산점 부활을 미는게 유리할까, 아니면 여성 생리대 가격 인하를 공약으로 거는게 유리할까?"
"군 가산점 문제는 기대도 안해요. 그런데 여성 생리대 가격 인하 공약이라구요? 허얼..."
"왜 안돼? 아주 지지율이 높아질거 같은데? 야 그거 너네도 써먹을 거냐. 우리도 써먹을 거라고... 암튼 간에 지금 대한민국 여성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게 메갈리아야. 이건 이슈고, 현실적인 팩트라고. 그 뭐냐. 너 (여기서는 나) 가 졸라 좋아하는 팩트. 인과 관계와 도덕적인 과정, 결과를 제치고, 지금 보이는 상황을 보자고. 메갈리아는 아주 뜨겁고 행동력이 강한, 그리고 지지자들이 아주 많은, 동조자들도 많은 단체라고. 이런 사회 단체를 정치권이 왜 외면해? 정의당에 오늘의 유머 사이트를 버렸니 어쩌니 했는데, 애초에 그런 사이트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곳이야. 후원금 받을때는 고마웠을수도 있지. 하지만 오유가 정의당을 위해서 뭘 할수 있지? 시위를 할수 있나? 생리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할수 있나?"
"자자. 말이 좀 지나치게 나가는거 같은데, 정리하면, 메갈리아같은 행동력을 가진 사회 단체는, 그 단체의 도덕성이나 윤리성을 떠나서 정치권에게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말이야. 유시민 선배님 따님이 이번에 메갈리아를 지지한다는 글을 썻다며? 그게 그냥 감정적으로 그냥 썼을 거 같아? 글쎄. 난 나름대로 그 애가 계산해 보고, 자기가 나중에 정치 행보를 걸을때, 자신의 지지세력이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 그랬다고 생각해. 사실 여자 정치인은 그냥 선거에 나가서 남성 정치인을 이기기가 무지하게 힘들어. 그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건데, 잘 알다시피 여성 유권자들은 이쁘고 잘나고 똑똑한 여자 정치인을 무지 싫어하잖아?"
"그런거 보면 나경원씨가 참 대단해."
"... 그건 그거고, 암튼 걔는 이런 생각을 했을꺼야. 정면으로 승부하기에는 아무리 자기가 정치권의 성골이고 금수저고 아버지 배경있어도 확실하지 않아. 오히려 좀 똑바라진 여성 정치가는 여성 표를 다 날려먹기 마련이니까 더 불리하지. 그러면 어쩌느냐, 극단적 성향을 가진 여성 단체를 끌어들이는 거야. 그건 확실히 표가 된다고. 그 뭐시냐, 어버이 연합, 그게 정말 쓰잘데기 없는 버러지 단체 같지? 그런데 그 노친네들 꼰대짓 하는게 우리한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아냐?"
"뭐, 그래서, 메갈리아는 사라지지 않을거고, 이번에 메갈리아 지지한 사람들도 그냥 잘 먹고 잘 살거고, 오히려 나중에 정치권에서 메갈리아에 러브콜을 보내고, 여자들은 암묵적으로 메갈리아를 지지하고, 뭐 그런단 말에요?"
"응. 그럴거 같아. 물론 모르지. 영국의 사례처럼 페미니스트들이 확 일어나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을 밟아놓을 수도 있어. 그런데 우리나라에 래디컬 페미니스트랑 일반 페미니스트가 구분이 되기나 하던가? 아직 스물 일곱이라고 그랬지? 결혼은 했어?"
"아뇨"
"여친은 있어?"
"네."
"괜히 여친한테 메갈리아가 어쩌고 저쩌고 하지 말고, 그냥 행복하게 잘 사귀고 그러다가 결혼해서 애 낳고 살아.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들은 알게 모르게 메갈리아에 대해 일종의 동정심(?) 혹은 동경심(?) 을 가지고 있거든. 괜히 아무말 안하는 사람을 들쑤시면 너만 피곤해 진다. 너 (여기서는 나) 는 와이프가 뭐라 말 안하냐?"
"전 닥치고 언제나 아내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요. 아니, 직접 팥으로 메주를 쑤는 기적을 보여줄수도 있습니다. 아내의 말은 진리입니다. 심지어 배우자 동지께서 저보고 메갈리아의 구국적 행동에 동참하라는 교시를 내리시면 이 하찮은 한남충의 몸과 마음을 바쳐 메갈리아를 위해 한목숨 바칠수도 있..."
"개새2끼. 니가 그러니까 우리들이 와이프한테 욕먹잖아. 이 공공의 적 같은 새끼. 공처가 새끼. 빨랑 한국와라. 술먹자."
얼른 한국 가서 형들이랑 술처먹어야지. 막걸리에 두부김치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