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전염병이 폭발하면 무조건 감염원부터 차단하고 봐야 한다는 게 의사, 질병본부장 등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니까 미국, 이스라엘처럼 "중국 경유 외국인 입국 no!"라고 단호하게 했더라면 세계 2등 전염병 창궐이란 불명예도 없었으리란 얘기다. 국민 여론은 갤럽 조사에서 전면 차단 64%, 차단 불필요 33%로 답했다.
이번 코로나 전염병이 닥치면서 국가가 국민에게 해줄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새삼 묻게 된다. 경제의존도를 감안해 중국인 입국을 차단 말고 국민의 안전, 생명 위협을 감수하는 것? 아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제1의적 의무는 생명의 안전이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이 한국에 이번에 가르쳐준 말이다. 한국의 확진자가 중국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중국 지방정부가 한국 방문객 입국을 거절하며 "외교보다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 이건 배은망덕이 아니다"고 했다. 국민이 살고난 다음 경제, 문화 같은 게 있는 법이다.
그것을 확실히 보여준 나라가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은 작년에 한국과 FTA를 체결한 전통의 우방이다. 그런데 한국 성지순례단에서 코로나 확진이 발견되자 두말 않고 텔아비브에 도착한 대한항공 비행기를 돌려보냈다. 이미 도착해 있는 1300명을 이스라엘 자체 항공기에 태워 한국에 실어다 놓고 군말 없이 돌아갔다. 한국이나 승객들에게 돈을 달라는 말도 전혀 하지 않았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모습이고 모범답안이다.
중국 코로나 사태에서 문을 닫았다고 보복한다면 전 세계가 중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은 어떻게 했는가. 북한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베트남 같은 국경을 맞댄 공산일당 독재국들은 한 치도 망설임 없이 문을 닫아 걸었다. 그 결과가 뭔가. 감염자도 거의 없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 한국이 정답의 선택을 외면한 이유는 일부 우파들이 주장한대로 친중친북-반미반일의 사상적 토대가 그 원인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다만 시진핑 조기 방한을 통해 총선에서 득점 요인이 되고자 했던 욕망은 분명 작용했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전쟁이나 전염병 폭발 시 국가의 역할은 국민의 생명 안전이 으뜸이고 경제는 그다음이고 선거는 그다음 다음이다.
한국은 입국 문호를 열어놓고 마스크 수백만 장을 보내고 '중국=한국의 어려움'으로 설레발쳤으나 한국의 확진자가 늘어나자 중국 내 한국인 집에 경고문을 붙여놨다. 그러면서 이건 배은망덕이 아니라고 했다. 꼭 아큐(阿Q)정전을 다시 꺼내 읽는 것 같다. 이번 사태에서 건진 하나의 수확이라면 중국인의 DNA를 재확인한 것 아닐까. 더욱 놀라운 것은 중국 사스(SARS)퇴치의 영웅 중난산(鍾南山)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지 모른다. 현재 외국에서 일련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넌지시 한국임을 암시하는 말 같다. 자신의 허물을 남에게 은근히 떠넘기는 음흉성이 보인다.
한국에 입국제한을 한 나라가 50개국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트럼프, 시진핑이 한국을 홀대하는 걸 보고 도토리만 한 나라들도 한국을 가랑잎처럼 흔들어대는 것이다. 심지어 베트남도 한국인 입국금지를 따져보고 있다.
2020년에 팬데믹으로 기록될 중국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이 세계에 재앙을 뿌린 2위국으로 오명을 남기는 게 가슴 아픈 일이다. 일찍 중국에 문을 걷어닫고 필경 우한에서 전염병을 묻혀온 신천지 신흥 종교인들을 식별해냈더라면 이런 환란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의 중국 눈치 보기로 경제적 손실 1분기 GDP가 -0.4%라면 그것만으로도 약 50조원은 된다. 이 손실도 아프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품격이 떨어진 게 가장 아픈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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